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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굴레 간질, 30년을 짊어진 허리디스크

하루에 먹는 약만 한 주먹, 허리수술 만이라도…

등록일 2008년11월04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희망2008 임순옥(55·간질장애4급.아산둔포면)

간질장애 4급으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 임순옥 씨.
아산시 둔포면,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 바로 옆이 임씨의 집이었다. 미리 연락을 받고 마중을 나온 듯, 문밖에서 만난 임씨는 기자와 동행한 복지사들을 집안으로 먼저 들여보내고 잠시 숨을 고르다 따라 들어온다.
얼마 전 개보수를 마친 집은 그나마 정돈된 모습이었다. 집안 한 쪽 벽에는 실한 장작들 까지 한 가득 쌓여있었다.
지은 지 오래된 터라 비도 새고 위험하기까지 했던 이 집은, 지난달 19일 아산고 건설인 동문회가 나서 집안 구석구석을 수리해줬다고 한다.
방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은 뒤, 잠시 후 임씨와 둘째아들 이주로(30)씨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서울에 사는 이주로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1급 장애인. 게다가 턱관절 장애로 말 중간중간을 되새기고 되새겨야 겨우 이해가 가능했다.

잦아진 발작, 심해지는 허리통증

지금은 다소 나아졌지만, 남편은 일용직노동자로 생계를 이어오며 알코올 중독 상태로 가정폭력을 행사하곤 했다. 이로 인해 결혼 초부터 순옥씨에게는 요추간판탈출증이 생겼다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가 그것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고무판 같은 것이 외부 충격으로 무리가 생겨 원위치를 벗어나 튀어나올 수 있는데 이 부분이 척추 신경을 건드리면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게 생긴 허리통증이 어느덧 30년을 넘었다. 게다가 임씨는 오래전부터 간질까지 앓고 있다.
갑작스런 경기와 함께 이를 갈면서 쓰러지면 그 뿐. 깨우지 않으면 10분이 넘게 그렇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야 한다. 정신이 돌아올 때는 주위가 흐릿하게 보이며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마치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는 느낌이라고.
10여 년 전,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조그만 냉동식품회사에 들어갔던 적도 있었지만 갑작스런 발작으로 주위의 경계심만 자극해 얼마 다닐 수가 없었다. 정작 본인은 아무 기억도 할 수 없다니 더 안타까울 뿐이다.
간질약, 디스크약, 소화기약 까지, 지금 하루에 먹어야 하는 약만 끼니마다 한 주먹.
몸 상태가 나빠지다 보니 정신도 오락가락 할 때가 많다. 소화제를 허리약인줄 알고 먹을 때도 있고 순간순간 멍해질 때도 잦아졌다. 동네 길도 잘 못 찾아다닐 때가 종종 생기곤 한다고.

“허리수술 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임씨의 자녀 2남1녀 중, 34살인 큰 딸은 출가해 저소득으로 살고 있으며, 아직 혼자인 33살 큰 아들은 현재 아버지와 사이가 소원해 거의 연락을 끊고 지낸다.
얼마 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약간의 지원을 받았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낡은 집터가 남편의 명의로 되어있던 탓에 올해는 그마저 끊겼다. 남편도 몸이 좋지 않아 거의 일하지 못하다보니 들어오는 월수입이 없는 상황. 공식적으로 지원받는 돈은 임순옥씨의 장애수당 몇 만원이 전부다.
“우리 엄마 좀 도와주세요. 평생을 어렵게 살았는데 아픈 것조차 고쳐주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워요.” 앞이 보이지 않는 작은아들 주로씨의 호소가 애처롭기만 하다.
<이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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