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제직 교육감의 짧았던 민선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선거운동 당시의 오제직 전 교육감.
인사청탁, 선거법위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오제직 교육감이 지난 14일(화). 취임 80여 일만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올해 6월25일 치러진 첫 교육감 직접선거에서 유권자 17.2%에게 99.16%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오교육감은 ‘직선 교육감 최초의 불명예 사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됐다.
오제직 교육감은 13일 ‘존경하는 교육가족과 도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충남교육을 책임진 교육감으로서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참으로 면목 없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특히 이번 사건으로 많은 교직원들이 조사를 받았고 평생을 교육에 바친 교장 한 분이 목숨을 잃었으니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할지 본인은 여생동안 속죄와 반성의 나날을 보낼 것”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오 교육감이 스스로 사퇴하면서 충남교육행정은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까지 6개월여 간, 한석수 부교육감 체제로 유지될 전망이다.
한편,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3일 실·국장 회의에서 “비리연루 시·도 교육청에 행·재정적 제재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시·도 교육청 평가 결과에 따라 특별교부금 지원시 차등하는 등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침대로라면 자칫 교육감의 비리가 학생들의 피해로 되돌아 올 수도 있는 상황.
한석수 도교육감 권한대행도 이를 의식한 듯 지난 15일, “무엇보다 학교 현장이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교육행정의 어려움을 겪는다 해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교육과정이 정상 운영되도록 현장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식을 치른지 불과 한달여 만에 시작돼 어느덧 50일을 넘기고 있는 검찰수사. 이번 사태를 보는 교육계 내외는 한마디로 침통한 분위기다.
학부모, 교직원,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에서조차 막대한 선거비용을 들여 내년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이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4월29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2010년 6월까지가 임기인 1년짜리 교육감을 뽑는데 다시 수십억, 수백억의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 상황이다.
재선거 회의론, 책임론 제기
전교조충남지부(지부장 김화자)는 12일 교육감의 사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향후 교육계의 안정화를 강조했다.
전교조는 ‘교육감의 사퇴는 늦었지만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일련의 사태는 개인의 사퇴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어수선해진 충남교육계를 바로세우고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보궐선거와 관련한 회의론를 제기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6월 직선제 교육감 선거에 도내 학생 전체에게 1년간 무료급식할 수 있는 세금을 써버렸는데 또 이런 예산을 낭비해야 하는가’라며 ‘도민, 학부모, 모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빠른 시일 안에 충남교육 안정화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보신당 충남도당(위원장 안병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강력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진보신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17일 ‘오제직 전 교육감은 보궐선거 비용 전액을 물어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현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모범이 돼야할 충남교육계 수장이 비리혐의로 사직하는 광경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심정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오 교육감의 비리혐의가 보도되는 TV화면에 19세미만 시청금지 표시라도 붙여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내년 4월 치를 보궐선거에 후보 3~4명만 출마해도 선거비용이 120억원에 달한다며 ‘최소한 자신이 저지른 일에 조금이라도 사죄한다면 보궐선거에 들어갈 돈을 모두 물어내야 한다. 원인제공자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충남도교육청 국정감사에 나선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회의원들도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000년 이후 취임한 전국 시·도 교육감 33명 중 7명(21.2%)이 선거법위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자료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오 교육감의 수사결과 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는 재선거.
당분간 충남교육의 울렁거림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진희 기자>
▶교육감 선거의 변천
교육감은 1991년 이전에는 정부가 임명했으나 교육자치제 도입과 함께 교육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교육청으로 나뉘면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뽑던 시기에는 교육위원들의 담합과 금품수수 등의 부조리가 벌어지면서 2000년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전환했다.
그러나 학운위 선출도 주민 대표성 논란 때문에 2006년 주민 직선으로 바뀌었고, 2010년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
6월25일. 지지자들과 당선의 기쁨을 만끽하던 순간.
7월22일. 취임식에서 공약이행을 다짐하는 오 전 교육감.
10월1일. 비리연루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고 있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