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과 10일 학부모 단체들은 일제고사와 관련해 각각 찬성과 반대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립의 양상을 띠고 있다. 반면 교육청은 상관없다는 입장. 사진은 9일 교육청에서 장소를 옮길 것을 요구해 교육청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던 자유교육연합의 양정숙 대표와 학사모 최광면 지부장(좌측).
|
전국적으로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일제고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아산의 학부모들도 찬성과 반대의 양상이 뚜렷이 대립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일제고사)가 8일 오전 9시 전국 5756개 초등학교 3학년 59만852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아산 역시 40개교 3777명의 학생이 국어와 수학 과목에 대해 시험일 치렀다. 또한 14일과 15일 양일간에 전국의 초등 6학년과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일제고사가 실시될 예정으로 전국 곳곳의 교육계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사회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찬성파, "상향평준화 위해 국가수준의 학업평가 필요해"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9일 좋은학교만들기 아산지부,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아산지부,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자유교육연합), 아산시운영위원회협의회 등 4개 단체는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전교조 충남지부에 대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반대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성적의 무한경쟁과 전국학교의 서열화를 초래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로 건강악화 ▶지난 3월 진단평가로 지역간 학력차만 드러나고 효과 전무 등의 전교조의 주장에 대해 '학교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도모해 학력을 증진하는데 공헌할 것이며, 서열화가 염려돼 학력평가를 못한다면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것', '학상시절 경쟁하지 않음으로 사회에 나가 발생하는 스트레스로 학생 미래를 빼앗아갈 수 있다. 학생의 건강권은 학부모가 책임지겠다', '학력격차의 상처는 숨기면 치료할 수 없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고민하라' 등으로 각각 반박했다.
또 전교조 교사들을 지목하며 '진단평가를 수용하고 드러난 학력격차를 전교조 교사들이 솔선수범해 학교에서 해결하고 학력이 뒤처진 학생을 방과후 학교, 특별보충 등 특단의 노력으로 상향평준화를 실현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정부에게는 일부교원단체의 주장에 눈치보지 말 것과 진단평과 결과를 당당히 공개하고 거부하는 교사에 엄정대처할 것 등을 주장했다.
반대파, "줄세우기 일제고사, 초등부터 입시 스트레스"
바로 다음날인 10일, 평등교육을 위한 학부모연대(평등교육학부모연대)는 '줄세우기 강요하는 일제고사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해 위의 주장에 대립했다.
평등교육학부모연대는 "정부와 시, 도 교육청은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라는 이름으로 모든 학생들을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제지로 일제히 시험을 치르게 함으로써, 학생들과 지역, 학부모를 성적으로 줄세우기 하고 있다"며 "표집만으로도 충분한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모든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서열화하고, 성적경쟁을 본격 도입하겠다는 의지"라고 지적했다.
또 일제고사의 부작용에 대해 "입시교육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초등학생들은 일제고사를 대비에 시험 준비에 내몰리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 성적이 공개되면 타격을 받을 각 학교와 지자체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드는 등 온 나라가 시험 공화국이 될 가능성까지 있다"면서 "일부 수도권은 벌써부터 일제고사에 대비하기 위한 주입식 암기교육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가뜩이나 취약한 전인교육 여건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어 "교육적 필요성과 목적도 분명치 않을 뿐더러 많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일제고사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이며, 수능시험도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만 치르는 마당에 어떤 근거로 모든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강요하는지 묻고 싶다"며 "정부와 교육청이 앞으로도 일제고사를 강요한다면, 아산지역에서도 학부모들에게 부당성을 알리는 지속적인 활동과 교육,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반대하는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 우린 관계없으니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 하라
이같은 대립에도 교육당국인 교육청은 '관계없음'을 표명하며 연류되기를 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9일 자유교육연합 양정숙 대표와 학사모 최광면 아산시지부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찰나에 아산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 충남지부는 충남도교육청과 이번 일제고사를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아는데 구태여 자극할 필요가 있겠냐"면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아산교육청은 상관없는 문제니 다른 곳에서 해달라. 이곳이 배경이 되면 마치 우리의 입장인 것처럼 비춰질 것 아니냐. 전교조도 우리 식구인데 입장이 곤란하다. 교육장의 뜻도 그러하다"고 기자회견 장소를 옮길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태도에 학부모 단체 대표들은 학부모들이 교육문제를 논하려 하는데 교육청이 상관없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배경으로 교육청이 나간다고 교육청의 입장이라고 오해한다는 것은 시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한편 교육청 관계자가 밝힌 전교조의 뜻이 담긴 공문은 사실 무근이었으며, 오히려 다음날 전교조충남지회가 도교육청을 방문해 반대집회를 열면서 기자회견장소를 피하기 위한 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사실 도교육청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전교조충남지회가 협조하겠다는 협의를 했다는 말을 듣고 한 말이다. 공문도 받은 것으로 알았는데 확인을 못했다"고 설명, 이번 사태에 한발 빠지겠다는 입장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