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5일(월) 천안축협에서는 ‘위기의 한우농가 피해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우리나라 한우농가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난 8월25일(월) 오후 4시 천안축산농협 신부점에서는 양승조 국회의원과 전국한우협회 충남도지회,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위기의 한우농가 피해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김영길 전국한우협회 충남도지회장과 충남대 박종수 교수가 기조발제를 하고, 정문영 천안축협조합장, 이두원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장, 김인식 천안시축산발전협의회장, 전종한 천안시의원, 노수현 농림수산식품부 충산경영팀장 등이 토론자로 나선 이날 토론회는 나날이 시름이 깊어가고 있는 축산농가의 현실을 대변이라도 하듯 150여 축산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이 넘도록 심도 있는 토론이 오고 갔다.
토론회에 앞서 양승조 국회의원은 “소값 폭락과 사료값 폭등으로 소 한 마리 키우면 100만원 적자라고 한다. 정부가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매련이 시급하다”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전국 20만 한우농가의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나눠주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양 의원은 이어 “토론을 통해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지켜내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법적·정치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우농가 피해대책 토론회를 주최한 양승조 국회의원.
돌파구는 적정한 가격, 안전성, 품질, 소비촉진
첫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김영길 전국한우협회 충남도지회장은 “현재 한우가격은 600㎏ 기준 암소 396만원, 수소 334만원으로 생산비 471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사료가격은 한우산업 안정화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지난 7월말 농협의 사료가격 18.9% 인상조치는 한우농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길 지회장은 또한 ▷원산지표시제 실효성 확보 ▷쇠고기 생산이력제 보완 및 예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우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촉진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나 농협 주도의 대대적인 소비촉진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잃어버린 시장을 찾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로 기조발제를 한 충남대학교 동물자원학부 박종수 교수는 “소비자가 한우를 선택하게 하려면 소비욕구에 맞는 쇠고기를 생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한우의 등급별 평균가격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이후 1++급과 1+급 한우는 가격이 소폭 상승했으나 1~3등급과 그 이하는 1000원~4000원가량 하락했다. 박 교수는 “고급육사양프로그램 개발과 실천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한우의 품질보증제 도입 및 정착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이밖에도 ▷비육용 소 1마리 평균 생산비의 45.2%를 차지하는 송아지 가격 안정 ▷사료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체계 구축 ▷한우 유통의 투명화 ▷소비촉진전략 등을 강조했다.
시·군 농협 통폐합 등 파격적 의견 제시
기조발제에 이은 토론회에서는 ▷사료의 원료곡물 수입 방안 ▷한우의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연동 ▷시·군 농협 통폐합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문영 천안축협조합장은 “천안축협은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사료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쿼터제도로 인해 옥수수가 싸게 나오는 시기에 수입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있다”며 탄력적인 제도 운영을 제안했다. 또한 “이제 소를 기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소를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품질 1++등급이 나오면 품질고급화 장려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건의한다”고 덧붙였다.
이두원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장은 “혁명 수준의 시스템 재편이 아니면 한우농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며 시·군 농협 통폐합과 농협중앙회 각 지역지부 철수 등 파격적인 제안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조합장은 “60년대 초에 갖춰진 국내 협동조합 체계는 아직도 그대로다. 철저한 독립법인 형태의 영세한 시·군 단위 조합에서 거대 외국자본과 경쟁은 불가능하다”며 “경종농업은 시·군으로 통합하고, 한우, 원예 등은 특정품목은 전문조합으로 재편해 최소한 영업범위는 도 단위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우가격에 대해서는 “한우조합이 매장을 직영체제로 운영한다면, 운영비만 받고 조합원이 생산한 고기를 판매해 15~20%가량 가격을 낮출 수 있고, 한우의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 연동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조합장은 수입육은 엄청난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전화 한통이면 구할 수 있지만 한우는 농가도 조합도 영세하기 때문에 구입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조합 통폐합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노수현 농림수산식품부 축산경영팀장은 사료안정기금과 사료값 인하를 위한 사료공장 자금 지원, 해외 사료자원 개발에 대해 언급했다.
노 팀장은 “축산담당자로서 사료안정기금은 당장이라도 조성하고 싶지만 국가예산은 정해져 있다. 사료안정기금이 농가에 실제 도움이 되려면 1조 정도 더 필요한데 축산분야 전체 1년 예산이 1조정도 된다. 한정된 세금을 갖고 나눠 쓰려니 쉬운 얘기가 아니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또한 “정부가 사료공장에 자금을 지원했을 때 사료공장이 정직하게 가격 낮출 것인지도 요원하고, 검토결과 정부의 사료공장 지원은 실행에 적지 않은 장애요인이 있었다. 올해는 농협사료에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사료곡물 확보를 위한 시스템 확보를 추진하고 있으니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원료가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토론을 지켜보고 있던 축산인들은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위생적 축사환경에 대한 자금 보조와 ▷쇠고기 생산이력제 추진현황과 시행 시기 ▷우수한 한우품종의 개량 및 보급 ▷조사료 이모작의 실현 방한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충남대 박종수 교수는 고급육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림부 노수현 축산경영팀장이 참석해 지역 축산농가의 의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