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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들 웃음소리에 아우내 장터가 ‘시끌시끌’

아낙들 웃음소리

등록일 2006년05월3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으랏차차, 아∼자!”지난 24일(수) 아우내 장터에서는 천안시 동남부에 위치한 8개(광덕, 풍세, 목천, 북면, 수신, 성남, 병천, 동면) 읍면지역 아낙들의 흥겨운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장터 한가운데 마련된 모래판에는 허리춤에 힘껏 동여맨 샅바를 밀고 당기는 힘센 아줌마들의 씨름판이 벌어졌다. 들배지기, 안다리후리기, 호미걸이, 잡채기 등 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나 볼만한 화려한 기술들이 펼쳐졌다. 언제 연습을 했는지 자신보다 20㎏이나 더 나가는 상대방을 화려한 되치기 기술로 넘어뜨리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씨름한판 끝 날 때마다 승자의 멋진 세리머니와 함성이 터지고, 꽹과리 두드리며 환호하는 응원단의 갈채는 천하장사 씨름판 못지 않았다. 씨름판 옆에는 튼튼한 책걸상이 놓였다. 이 곳에서도 농촌 들녘에서 모내기를 마친 아녀자들의 힘 겨루기가 열렸다. 마을 대표로 뽑힌 여자 선수들은 안마와 시중을 드는 남성들에 둘러싸인 채 마을의 명예를 걸고 팔씨름을 벌였다. 옛 병천면사무소 앞마당에는 동아줄을 엮어 길게 매단 그네를 타는 오색빛깔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들이 시선을 끌었다. 널빤지에 몸을 싣고 힘차게 발을 굴러 더 높이 올라간 순서로 순위를 가리는 그네뛰기 대회는 보는 사람이 오히려 현기증을 느낄만큼 아찔한 장면이 속출했다. 장터 한 편에는 길고 튼튼한 나무로 만든 널뛰기 대회장이 설치됐다. 끝으로 마을의 단결된 힘을 겨루는 줄다리기 대회도 열렸다. 줄다리기 대회 역시 여성을 중심으로 선수가 편성되고 남성들은 보조역할을 담당했다. 아우내 단오제는 가부장적인 농경사회에서도 출산에서부터 가족의 식단과 건강을 책임지는 여성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3년만에 부활한 ‘아우내 단오제’지난 2년간 중단돼 존폐위기에 봉착했던 아우내 단오제가 지난 24일(수) 3년 만에 다시 부활하며 세시풍속을 주제로 한 지역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높였다. 단오(음력 5월5일)행사를 일주일 앞서 실시한 것은 실제 단오인 31일에 지방선거와 겹치기 때문이다. 3년만에 부활한 올해 단오행사는 예년과 달리 특정 단체에 의존해 운영하던 한계를 벗어나 보다 폭넓은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행사를 주최한 아우내문화원 조동준 사무국장은 “언제부턴가 국적조차 불분명한 각종 행사와 축제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우리의 자랑스런 유·무형 문화유산과 세시풍속이 소외 받다 못해 명맥이 끊기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아우내 장터에서 우리의 세시풍속과 전통문화를 주제로 훌륭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발전시키자는 지역정서가 행사를 부활시켰다”고 말했다.이 날 행사는 아우내문화원 우용제 원장을 비롯한 뜻 있는 주민들이 사재를 들여가며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뜻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선거와 맞물려 예산축소, 행사편성 제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더욱 내실 있게 펼쳐져 천안지역 유일한 단오행사가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과제를 남겼다. 아우내 단오제의 유래병천지역 단오절은 일제강점기에 민속놀이와 전통문화에 대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 왔다고 한다. 또한 남사당패가 장터를 찾아 전통극을 시연해 민중의 애환도 달래주곤 했다. 한국전쟁 등 민족의 시련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병천면 용두리와 병천2리에서는 주민들이 개울가에 모여 천렵을 하는 등 세시풍습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 이후 도시 위주의 경제개발정책으로 급격한 공업화와 도시화에 밀려 전통문화의 산실인 농촌지역이 해체되며 특별한 행사기간이 아니면 민속놀이를 찾아 볼 수 없게 됐는 것이다. 이어 1970년대 접어들어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이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하자 병천 상인을 중심으로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우리 것을 지키자며 단오제와 세시풍습을 되살리기 시작했다.아우내 장터에서 단오제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74년. 당시 천원문화원(현 아우내문화원)에서 사라져 가는 민속놀이를 계승하기 위해 척사대회와 줄다리기대회, 그네뛰기 대회를 열면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2∼4년마다 열렸으나, 1984년 제4회 대회부터는 단오절 민속놀이 경연대회로 명칭을 바꾸며 매년 실시해 왔다. 특히 천안 동부 지역으로 분류되는 목천, 북면, 성남, 수신, 동면, 병천 6개면과 남부지역인 광덕, 풍세 2개면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네뛰기, 줄다리기, 여자씨름 등 지역간 화합을 다지는 행사로 정착됐다. 그러다 지난 2003년 21회 대회를 끝으로 단오행사는 천안지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단오제에 대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취지와 달리 행사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보다는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동원된 형태로 변질됐으며, 문화원의 인력과 예산 등에서 많은 한계가 노출됐다. 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실패했다. 거기에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급을 위한 노력도 결여된 상태다 보니 아우내 단오제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아우내 단오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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