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들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낯선 땅에서의 고국에 대한 향수와 외로움에 많은 눈물을 흘렸다.
코라손 필리핀 전 보건복지부장관, 이주여성들과 눈물의 상봉“마부하이!(Mabuhay, 필리핀어로 환영한다는 뜻)”그들은 고국에서 전직 장관을 지냈던 코라손 J. 솔리만 여사의 천안방문소식에 며칠동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고향 떠나 이국만리 시집와서 몇 년간 헤어져 살던 친정어머니를 기다리는 딸의 심정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리고 지난 10일(수) 오전 10시30분 그토록 기다리던 고국에서 온 솔리만 여사를 드디어 만났다.기다리던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솔리만여사가 나타나자 “마부하이!-마부하이!”를 외치며 박수로 맞았다. 그리고 감격에 젖었다. 저마다 두 눈 가득 이슬이 맺혔다. 이방인, 타국살이의 설움을 딛고처음엔 까만 피부에 서툰 한국말을 사용하는 이주여성에게 한국인의 편견과 냉대가 이어졌다. 그리고 어린 자녀는 이웃의 아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깜씨!, 필리핀 놈!”하며 놀려대는 한국 아이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욱 한탄 스러워 눈물 흘릴 때도 많았다. 6년 전에 이주한 프로벤디도(32)씨는 “언어소통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음식문제를 비롯한 문화적 차이, 고향에 대한 향수 등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새 두 딸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며 살게 됐다”고 말했다.마르셀(28)씨는 “처음에는 우리를 보는 한국사람들의 시선이 참 부담스러웠다. 한국의 말이나 생활습관 등도 배우기가 쉽지 않다. 아이의 교육문제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15년 전 한국기업에 취업해 남편을 만나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유승미(33)씨. 그녀는 현재 한국국적을 취득했으며, 구수한 충청도 억양까지 갖춘 어느 한국아줌마나 다를 바 없다. 큰 아이는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지금은 이웃과 친분도 쌓고 한국인과 교류하며 한국생활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험난했다.4계절 여름인 나라에서 변화가 심한 한국날씨, 국가에 대한 인식차이,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 등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코라손 전 장관과 대화에 앞서 국가를 부르며 하나같이 눈물을 흘렸다. 코라손 여사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자국 여성들을 위로했다. “필리핀 정부가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으로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해 미안하다. 이국만리에서 많은 고충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국을 잊지 않아 감사한다. 필리핀정부도 여러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힘내자.”코라손 전 장관은 20여 명의 필리핀 이주여성 한명한명 일일이 사연을 들으며 애로를 청취했다. 대화 중 울다 웃다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계속됐다.이 날 코라손 전 장관과 필리핀 이주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한국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길 희망했다.이주여성의 사랑방 ‘국제여성모임’“한국과 필리핀 양국의 피를 이어받은 2세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도록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은 양국간 우호를 증진시킬 것이며, 두 나라 모두 풍요롭게 만들 훌륭한 인적자원이 될 것이다.”이 날 행사를 주관한 이화여성병원 이종민 원장이 코라손 전 장관 환영사를 통해 한 말이다. 쌍용동소재 이화여성병원은 지난해 5월 ‘국제여성모임’을 결성해 천안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한국의 문화, 풍습, 요리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모임을 열고 있으며 현재 30여 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이종민 원장과 직원들을 친정부모와 형제 같은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원장은 “그동안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며 고생하는 이주여성들과 노동자들이 코라손 전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라손 전 장관은 “이종민 원장을 비롯한 이화여성병원 직원들에게 필리핀 정부를 대신해 감사의 말을 전한다”며 “이주여성을 위한 따뜻한 배려와 우정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이화여성병원측은 그동안 국제여성모임에서 직접 실습을 통해 익혔던 한국음식을 점심식사로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