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근 (58·아우내오이 작목회장)
“까다로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까다로운 농사로 소비자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길밖에 없다.”아우내농협 오이작목회 심재근(58·병천면 봉항2리) 회장의 농업철학이다. 천안지역 오이생산농가에서 정한 오이-Day(5월2일) 행사를 위해 심 회장은 서울 을지로와 양재동 물류센터 등을 방문해 도시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돌아왔다. 이어 천안 아라리오 광장에서 잔류농약을 없애기 위해 기능성으로 개발한 인큐베이터에서 생산된 저농약 오이를 소비자들에게 나눠주는 행사에 동참하고 있었다. “이제 생산자가 소비자를 직접 만나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과 투자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는다면 수입농산물과 대적할만한 힘도 생기지 않겠는가”병천면을 중심으로 동면, 수신면지역에서 농업혁명의 작은 불씨가 지펴졌다. 지난 15년간 오이 시설하우스 안에서 흘린 땀방울이 빛을 보고 있다. 이 곳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던 농가 1억원 소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심 회장을 비롯한 아우내 작목반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 준 농민들은 농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모델이 되고 있다.심 회장이 처음 오이작목을 시작한 것은 15년 전이다. 당시는 몇몇 농가에서만 부업형태로 시작했다. 그러나 부업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심 회장은 당시 벼농사마저 포기한 채 오이만을 선택해 승부수를 띄웠다. 심 회장의 선택을 옳았다. 한해 두 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오이의 생육전반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날씨와 토양의 상태에 따른 오이의 발육상태를 관찰해 매년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이상기온이나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전국에서 최고의 오이를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얻게 된 것이다. 그렇게 축적된 노하우는 기능성오이 등 신기술 개발로 이어졌다. 게르마늄함유오이, 인큐베이터재배오이 등이 그것이다. 심 회장은 현재 110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8000만원대의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심 회장을 비롯한 초창기 오이재배농가의 성공담은 급속도로 오이재배면적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1개 작목반 10여 명에 불과하던 오이재배농민이 12개 작목반 170농가로 늘며 전국 최고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곳은 현재 35만평 부지에 17만평의 시설하우스를 갖추고 있다.이 곳에서 재배되는 오이생산량은 15∼20㎏들이 60만상자로 1만2000톤에 이른다. 연간 전국 총생산량의 0.5%에 불과하지만 실제 아우내오이가 집중 출하되는 시기의 시장점유율은 7%를 자랑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상품성을 인정받아 전국최고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연간 매출액도 매년 증가해 2004년 108억원, 2005년 111억원에 이어 올해는 12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배면적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가구당 평균 7000만원대를 넘었으며,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도 상당수.농가소득이 안정되다 보니 디지털세대의 젊은 영농인도 늘고 있다. 현재 20%가 귀농인이며 이들은 컴퓨터 등 최신 전자장비를 농업현장에 응용하며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 산동성 인근에서 생산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의 과채류가 한국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장아찌, 피클 등 오이를 이용한 가공식품이 소비자의 식탁에 올라와 있다. 값싼 외국농산물이 여과 없이 밀려오면 소비자의 선택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우리세대에서 터를 닦았다면 그 토대위에 꽃피우고 열매맺는 것은 차세대 젊은 영농인들의 몫일 것이다.”한편 동천안농협 작목반에서 생산되는 목천읍의 ‘흑성산오이’와 아우내농협 작목반에서 생산되는 병천·수신·동면의 ‘아우내오이’가 통합브랜드와 공동마케팅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큰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