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자·65·천안 성환읍“농촌은 요즘이 가장 바쁜 철이랍니다.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때이기도 하죠. 농사꾼 마음은 농사꾼이 알아요. 못자리 끝내고 이 곳으로 일 도우러 왔어요.”배꽃 개화가 절정에 달한 요즘 성환 지역 과수단지는 인공수분 작업이 한창이다. 인공수분 시기가 단 하루만 늦춰져도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때아닌 비상시국이다. 성환읍 율금리의 한 배밭에서 만난 박화자(65)씨. 그녀는 해마다 이맘때면 배밭을 찾는다고 한다. 벼농사가 주작목인 양령1리 부녀회장이기도 한 그녀는 바쁠 때 서로 도와야 한다며 마을 부녀자들과 함께 과수원을 찾았다. “배꽃은 소리도 없이 피었다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떨어져버려요. 인공수분을 마치면 어느새 푸른 잎이 돋아나고, 또 열매가 맺히죠. 잎이 무성해졌다 싶으면 가을이 찾아오고 곧 풍성한 수확을 하게 되지요.”박씨는 매년 배의 인공수분을 하다보니 어느새 배나무에 대한 폭넓은 상식을 갖게 됐다고 한다. 올해는 불규칙한 일기 때문에 예년보다 며칠 개화가 늦었다며 걱정이다. 비록 그녀는 논농사를 짓지만 같은 농사꾼의 입장에서 농작물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한가지일 터.지난주부터 시작된 배꽃 인공수분 작업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올해는 유난히 불규칙한 일기 탓에 꽃망울도 들쭉날쭉 불규칙하게 터졌다. 예년이면 나무 아랫부분, 가운데, 위 부분 세 차례로 나눠서 규칙적으로 피던 꽃이 산만하게 꽃망울을 터뜨려 작업하는 데도 많은 애를 먹었다. 그만큼 일하는 사람들의 손이 더 많이 필요했다. 박씨는 “농민들의 정성만큼 새하얀 배꽃이 결실을 맺고, 탐스런 배가 주렁주렁 열려 풍성한 수확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