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흥 / 66·입장면 도림2리
“예로부터 춘삼월에 내리는 서설(瑞雪·상서로운 눈)은 풍년을 예고했다.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오늘 상서로운 눈까지 내려 주니 농부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이 상서로운 기운이 일년 내내 이어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지난 14일(화) 입장면 호당리 산신각에서는 일년의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산신제가 열렸다. 밤새 내린 춘삼월의 서설이 온 마을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지난 40여 년간 농사를 지어 온 이영흥(66?입장면 농민단체협의회 전 회장)씨는 오랜만에 밟아보는 춘삼월에 쌓인 눈의 부드러운 감촉이 풍년을 예감케 한다며 표정이 밝다. 이날 새벽부터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한 마을 주민들이 하나 둘 산신각이 위치한 호당리 마을 앞으로 모여들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이 시작된다. 올해는 어떤 농사를 지어야 돈을 만져 볼 수 있을까. 공부하러 서울 간 자식에게 등록금은 마련해 줘야 할텐데…대부분 농민들이 비슷한 처지다.”입장을 대표하는 특산물은 거봉포도. 이 거봉포도 한 두 상자만 들고 나가면 젊은 시절 밤새 술 마실 수 있는 현금가치를 인정받았고, 넉넉지는 않지만 자녀교육도 시키며 생활이 가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렌지, 바나나 등 수입농산물이 밀려들어오면서, 재배 농가와 면적이 늘면서 10∼20년전의 가격보다도 오히려 못하다고 설명했다. 곧 미국산 농산물이 왕창 밀려들어올 태세다. 농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부와 정치권이 원망스럽다. “우리에겐 실망스런 정부와 정치권이 아닌 슬기로운 국민, 지혜로운 소비자를 믿고 이땅의 먹거리를 지키며, 농사일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춘삼월 눈부시게 새하얀 서설이 내려앉은 농촌들녘에서 그 어느 해 보다 깨끗한 봄을 맞는 농심은 풍년농사를 천지신명께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