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배(49·천안시농업경영인회장)
마지막 희망은 지혜로운 생산자와 현명한 소비자의 선택 “땅의 정직함만을 믿고 그동안 묵묵하게 농업에 종사하며, 먹거리를 지켜온 농민들은 요즘 참담한 심정이다. 농업문제는 결코 가벼운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되거늘 정부의 한없이 근시안적인 정책에 할말을 잃는다. 아니 제대로 계산된 경제적 논리라면 농업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생명산업이다.” 지난달 15일 천안시농업경영인회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근배 회장. 김 회장은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1000여 명의 천안시농업경영인회 대표를 맡았다. 김 회장은 취임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1일 농민들의 기초생존권을 확보하고 민족의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의지와 각오를 밝혔다. 이날 농업경영인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김 회장은 식량주권과 농민의 기초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의 요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고 가는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실익조차 검증되지 않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상)의 조기타결에만 집착하는 정부관료의 비민주적이며 안이한 태도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분야의 전면개방이라는 극한상황에서 농민조합원의 권익수호에 앞장서야 할 농협은 농민의 위기상황에는 관심조차 없다”며 농협도 함께 비난했다. 김 회장은 농촌과 고향을 지키며 국민의 생명산업인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는 농민들을 세계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이단아 취급을 하고 있는 정치권,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도 함께 꼬집었다. 김 회장은 “농업은 그저 단순한 먹거리만이 아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자료를 제시했다. ▶농업의 환경 및 생태계 보전가치 ▶탄산가스 흡수와 산소방출 등 대기정화기능 ▶지하수 보호와 수질정화 ▶토양유실 경감 등 환경보전 ▶농촌경관유지와 정서함양효과 ▶휴양 및 여가공간제공 ▶논·밭의 저수기능을 통한 홍수예방효과 ▶안정적 먹거리 확보를 통한 식량안보 ▶장기균형발전 등 경제적 가치는 연간 28조3771억원에 달한다며, 이런 가치평가는 철저히 배제된 채 농촌붕괴의 위기는 도시민도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김 회장은 어떤 이유에서건 농업은 포기할 수 없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생산자의 새로운 변화도 함께 따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들어온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서부터 광우병 소고기와 방부제 등 각종 유해환경에 노출된 수입농산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이 땅에서 생산한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에 확신을 심어 준다면 우리 농민에게도 승산이 있다”며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김근배는 누구?풍세면 용정리는 김근배 회장이 나서 자라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터전이다. 김 회장은 학업에 한창 매진할 14살 어린 나이에 서울로 올라가 자동차정비기술을 익히며 6년의 시간을 보냈다. 사회생활에 일찍 눈을 뜬 그는 20세 청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의 현대화에 앞장서 왔다. 자동차 정비기술을 익히며 기계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을 터득한 그는 풍세면 최초로 경운기와 이앙기에 이어 트랙터까지 농사에 활용했다. 김 회장은 당시 무모할 정도로 막대한 부채를 안고 기계화 영농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다보니 혼자 수 만평의 논농사도 거뜬히 해낼 수 있었다. 철저히 노동력에 의존하던 당시 김 회장의 기계화 영농은 혁명과도 같았다. 그는 생산효율 극대화에 성공해 일찌감치 부채를 청산하고 부농의 꿈을 현실로 이뤘다. 지난 30년간 지역 영농을 선도해온 그는 농업경영인회를 새롭게 정비해 지역농업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