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농민회, 천안아산통일연대 등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천안대책위’가 지난 20일(화) 천안경찰서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그 날 여의도에서는 경찰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60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 중 두 명은 숨졌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농민, 부상으로 치료받던 농민과 그를 부축하던 농민도 진압대상이었다. 그 날 앞장섰던 어느 전경은 자신의 미니홈피에서 그 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것은 국민들이 인정한 공권력이 아니었다.”지난 11월15일 서울 여의도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농민 전용철(46·충남 보령)씨에 이어 홍덕표(68·전북 김제)씨가 숨졌다. 누구 하나 죽거나, 여기저기 불지르며 극도로 처절하게 외치지 않는 이상 농민들의 정당한 주장에 대한 언론의 조명은 쉽지가 않았다. 그동안 폭력경찰 과잉진압을 주장하던 농민들의 집회에 대해 미온적이던 언론들도 두 명의 농민이 죽자 문제의 심각성을 갖기 시작했다. 두 명의 농민이 연이어 참변을 당하자 처음엔 냉담했던 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비난여론이 일기 시작하자 사건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경찰은 과잉진압과 폭력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사건 한 달이 경과한 지난 14일 경찰은 ‘11.15 전국농민대회 관련 경찰철 입장’을 발표하고 농민대회의 경찰폭력을 일부 인정했다. 이와 함께 폭력진압 책임을 물어 기동단장 직위해제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눈치다. 다음날인 15일 노무현 대통령도 사망한 농민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전국 농민살해규탄 대책위는 경찰의 발표는 경찰폭력에 의한 농민의 죽음에 대해 그 어떤 진정성도 없으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분노했다. 그들의 뒤늦은 수습책은 살인폭력 행위를 축소 은폐하고 농민과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전국 동시다발적인 경찰항의집회로 이어지고 있다. 천안농민회, 천안아산통일연대 등 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천안대책위’(농업회생 천안대책위)는 지난 20일 천안경찰서 앞에서 ‘농민살해규탄 책임자처벌, 경찰폭력추방 기자회견과 경찰서 항의방문’을 가졌다. 농업회생 천안대책위는 안억진 서장의 부재로 우상희 경무과장과 면담을 갖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항의서한문을 전했다. 이들은 ▶고 전용철ㆍ홍덕표 농민 살해를 사죄하고 현장지휘 책임자와 가해자를 색출해 형사 처벌할 것 ▶정부는 11월15일 농민대회 이후 경찰의 폭력에 의한 부상자 전원에 대해 치료와 배상을 즉각 실시할 것 ▶망국적인 쌀 비준안 철회하고 근본적 농업회생 대책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천안농민회 박긍종 회장은 “아들, 손자뻘 되는 어린 경찰의 곤봉과 방패에 내팽개쳐진 이들의 죽음은 오늘날 농업과 농촌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며 “여의도 농민대회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은 경찰 수뇌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농업회생 천안대책위는 천안역광장, 야우리광장 등에서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있으며, 오는 30일에는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송년촛불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