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성남면 화성리 세성산(해발 189m). 이곳은 111년 전인 1894년 11월18일(음 10월21일) 새벽, 신식무기로 중무장한 일본 주력군에 맞서 낡은 총과 죽창으로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 동학군들의 뼈와 살이 묻힌 곳이다. 당시 1000여 명의 사상자 가운데 375명이 사망했으며, 그들의 시신이 세성산 서쪽 계곡에 마구 묻혔다는 말이 전해진다. 세성산은 지리적으로 삼남(충청, 전라, 경상)의 중간지점이며, 서울로 통하는 길목이고, 청주병영과 공주감영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세성산에서의 전투는 농민군과 관군 양측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거점쟁탈전이었다. 따라서 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그 피해도 막대했다. 지난 20일(일) 천안농민회(회장 박긍종) 주최로 세성산 전투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제단이 마련됐다. 올해로 7번째 맞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호국영령의 넋을 기렸다. 천안농민회 박긍종 회장은 “또 다른 외세라 할 수 있는 WTO, 수입농산물 등은 이 땅의 농민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현재의 적”이라며 “우리 농민들은 100여 년 전 외세와 맞서 싸우던 호국영령 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 땅의 농업을 지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농민회 김희겸 총무부장은 “지역 몇몇 단체의 위령제만으로 끝내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민·관·학 등 각계각층의 참여로 100여 년 전의 정신을 현 시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