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한농연 고창군연합회 전 회장)“이제가면 언제 오나 어-허야, 한국농업 다 죽이네 어-허야”꽃상여를 앞세운 채 구슬픈 장송곡을 울리며 상복차림의 한 농민이 먼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쩔그렁 쩔그렁” 마찰음이 울렸다. 그는 그렇게 쇠사슬로 자신의 발목을 묶은 채 긴 여정을 떠나고 있었다.김기현(한국농업경영인 고창군연합회 전 회장)씨는 지난 14일(월) 전라북도 고창에서 출발해 서울 여의도까지 걷고 또 걸었다. 그는 “정부의 농업정책이 농민뿐만 아니라 농업과 농촌을 함께 매장하는 정책이라며 국토횡단 거리시위를 통해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보투쟁 경로는 고창-정읍-태안-전주-논산-공주-천안-평택-오산-수원-의왕-과천-여의도에 이르는 450㎞ 대장정이었다. 지난 18일(금) 천안에 도착한 김기현씨를 만났다. 공주를 지나 광덕면을 통해 천안에 들어온 김씨는 연기군 소정면을 거쳐 1번국도를 따라 평택으로 향했다. 천안구간을 지나는 동안 김씨는 걸으면서 인터뷰에 응했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정부와 정치권은 농민들의 고충과 아픔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농촌의 실정을 온 몸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내가 걷는 모습을 지켜본 몇 명의 국민들이라도 농촌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미 지난 6월과 9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를 위해 단신으로 전북 고창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상경투쟁을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상복차림의 도보상경 투쟁은 세 번째다. 김씨는 “즉흥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응책보다 근본적인 농업회생을 위해 농민과 정치권,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로 향했다.김씨의 바람과는 달리 지난 23일(수) 오후 2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쌀 협상 국회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원성과 통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씨는 지금 여의도에서 농민시위대에 합류해 밤을 지새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