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농업경영인회와 천안시여성농업경영인회는 지난 27일(목) 농협중앙회천안시지부 앞에 벼 700여 가마를 야적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천안시청·농협시지부 벼가마 야적 무기한 철야농성, 우리 쌀 알리기 범시민 홍보도한 해 농사도 수확이 막바지로 접어든 요즘 농촌들녘은 그 어느 해보다 을씨년스럽다. 추곡수매제를 폐지한 올해 쌀값 하락은 물론 쌀농사 포기를 고민하는 농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27일(목) 국회 상임위가 쌀 협상 비준안을 통과시키자 농민들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때맞춰 천안은 지난달 17일(월) 한국농업경영인충남도연합회 김지식 회장이 열린우리당충남도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 오늘로 보름째 맞고 있다. 코피를 쏟으며 빈혈과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고 있는 김 회장은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관련기사 본보 10월25일 보도) 10월27일(목)에는 천안시농업경영인회(회장 최선규)와 천안시여성농업경영인회(회장 유제춘)가 13개 읍면에서 공수한 벼 700여 가마를 농협중앙회천안시지부 앞에 야적한 채 무기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10월28일(금)에는 천안농민회(회장 박긍종) 회원들이 천안시청 종합민원실과 직산읍사무소에 1000여 가마의 벼를 야적하고 무기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한편 천안농민회는 지난 27일 오전 8시경 수확한 콩을 경운기로 옮기다 교통사고로 숨진 고 이상하(향년 51세)씨를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29일(토) 고인의 운구차량은 천안시청 야적시위 현장을 돌아 풍세면 장지로 향했고, 농민회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천안농민회장으로 치러졌다. 농협은 뒷짐진 채 구경만 할 것인가“정부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순수농업자본으로 설립된 농협조차 이 심각한 쌀 대란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극심한 쌀 대란을 심화시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와 농민들에게 전가하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이에 농민들은 더욱 분노한다.” 지난달 27일(목) 농협중앙회천안시지부 앞에 벼 700여 가마를 야적한 채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천안시농업경영인회 최선규 회장의 말이다. 지난 26일(수) 전국 199개 RPC 조합장들이 서울에 모여 긴급 RPC조합장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모임에서 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조합장협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농업인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전년 수준 이상으로 벼 매입 물량을 최대한 확대하고,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벼를 가급적 조기에 적극 매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에서는 선언적 내용만 언급하는데 그쳤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천안시농업경영인회 최광림 사무국장은 “결과를 접한 농민들은 다시 한 번 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올해 극심한 쌀 대란을 심화시킨 농협이, 자신들의 역할마저 무책임하게 떠넘겨버리는 것은 농협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천안시여성농업경영인회 유제춘 회장은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져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농업파탄의 주범”이라며 “방부제, 발암물질 등 각종 유해성분이 가득한 수입밥상이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천안시농업경영인회는 천안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쌀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대정부 시위, 대농협 투쟁과 함께 ‘흥타령 쌀 거리홍보’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500g들이 흥타령 쌀 3000개를 시민들과 음식점 등에 나눠주며 지역 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쌀 협상 국회비준 결사항쟁 선언지난달 27일(목)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는 쌀 협상 비준동의안을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며 단 10여 분만에 강행처리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농민들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생선의 배를 가르니 납덩이들이 쏟아졌다. 신선한 느낌을 준다는 공업용 황금빛 색소가 생선의 뱃살 위에 덧칠해졌다. 중국산 찐쌀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고, 이젠 채소에서 기생충이 득실거린다고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무엇을 안전하게 먹고살란 말인가.”천안농민회 박긍종 회장의 말이다. 천안농민회는 지난달 28일(금) 천안시청 민원실 앞에 벼 1000여 가마를 쌓고 무기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안농민회 박성규 사무국장은 “쌀값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그나마 팔 곳조차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실패한 쌀 협상과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소득보전 직불제로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안일한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비준이 거부되면 자동으로 관세화 된다느니 핸드폰이나 자동차를 팔아먹을 수 없다느니 하는 논리는 농업과 농민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라며 “실제로 협상에 대한 비준이 거부되더라도 다시 협상을 하는 것이지 자동으로 관세화된다는 규정은 현 WTO 규정에도 없는 황당한 논리”라고 비난했다. 농민들 정부정책에 왜 반대하나농민들은 쌀 값 폭락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정부의 소득보전 직불제는 농가의 쌀 소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소득보전 직불제는 목표쌀값에 대해 전국 평균쌀값과 차액을 보전하는 제도다. 그런데 목표 쌀값을 보전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차액의 85%만 보장하며 평균쌀값보다 싸게 판매한 것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정부는 추곡수매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해 작년보다 100만석 줄어든 400만석 수매를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 수매량은 250만석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150만석은 RPC에서 산물로 수매하는데 이는 내년 4월 이후 시중방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부수매로 볼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실제로 정부가 수매하는 물량은 250만석에 불과하며 이는 작년의 절반수준 이라고. 수매가격도 작년의 6만원 수준이 아니라 현 시세인 4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농민단체에서 말하는 국회비준 거부운동은 잘못된 쌀 협상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국회비준이 거부될 경우 전자제품 등 공산품 판로가 차단된다는 논리는 농업과 농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한편 시청과 농협 등에서 야적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야적 물량을 늘리고, 농민총파업에 이어 정권퇴진운동 등 보다 강경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