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현·23·사단법인 충남농아인협회 천안시지부 간사“어느 날 갑자기 말을 할 수 없거나, 들을 수 없다면 얼마나 답답할까요. 지금 우리 주변에는 말을 못하고, 들을 수 없는 이웃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천안흥타령축제 2005’ 개막식이 열리던 지난 1일(토). 두 명의 사회자가 부드러운 목소리와 매끄러운 화술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사회자 멘트 한마디 놓치지 않고 두 손으로 내용을 전달하던 김소현(23) 통역사를 무대 뒤에서 만났다. 김소현씨는 “농아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수화에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한국재활복지대학에 진학하면서 수화통역사의 전문영역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농아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너무 커서 힘겨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욱이 수화 통역사에 대한 사회적 몰이해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통탄했다. 실제로 농아인의 실수에 대해 제3자의 입장에서 전화통역을 해주는 과정에서 상대로부터 들어야 하는 언어폭력과 멸시는 끔찍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공공기관인 경찰서에서조차도 농아인을 대신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죄인취급까지 받아야 했다고. 통역사의 복지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에 불과하며 직업안정은 기대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밤중에도 통역을 위해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것이 생활화 돼있다. 김소현씨에 따르면 현재 공인자격증을 취득한 수화통역사는 700여 명에 이르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은 100여 명도 채 안 될 것이라고. 그들도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리고 제도적 소외계층으로 머물다 고민 끝에 다른 길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김소현씨에게 그 힘든 일을 왜 하냐고 물었다. “천안지역만 해도 도움이 필요한 1300여 명의 농아인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문맹인도 상당히 많아요. 누군가 이들을 돕지 않으면 이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말 것입니다.”처절하면서도 슬프고 또 아름다운 그녀의 두 손이 축제의 화려한 조명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