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민·39·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명쾌한 의학지침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화제“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마루타가 돼야 한다. 의사들이 자궁경부를 찌르는 것도 심란한 일이건만, 애 낳는 걸 보려고 대기하던 학생들이 실습 삼아 너도나도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극도의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는 산모에게 이게 무슨 행패일까.”일찍이 의과대학 교수가 대학병원을 이처럼 호되게 매질한 일이 있을까.“나는 윌을 먹는다. 헬리코박터를 없애준다는 음료 말이다. 이유는 그 음료가 위염과 위궤양, 위암까지 일으키는 악의 온상인 헬리코박터를 없애준다고 하기 때문이다.”이 말 뒤에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80%가 헬리코박터 보균자지만 위암발생율은 한국의 1천분의 1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물을 제시한다. 또한 헬리코박터가 아이들의 설사병을 억제하고 위궤양의 원인인 위산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덧붙인다.엉터리 의학지식, 잘못된 의료계의 관행 등에 대해 유쾌한 항변과 함께 유익한 정보를 가득 담은 도서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이 출간돼 화제를 낳고 있다. 이 책은 지난 8월 출간과 함께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현대 의학의 관행적 실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책의 저자인 단국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서 민(39)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수록된 내용 하나 하나가 어쩌면 의료계의 감추고 싶은 치부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서 교수는 스스럼없이 유머까지 곁들여가며 일관된 목소리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대학병원의 순기능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물론 아니다. 다만 그 속에 감춰진 불합리한 점들을 들춰냄으로써 개선점을 찾자는 내용이다. 의대 재학시절부터 의사면허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의과대학 강단에서, 또 다시 의학도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생생하게 체험하고 고민한 내용들을 진솔하게 털어놓은 이 책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서 교수는 상업적 목적에 의해 제약회사가 공포를 조장하고, 그들의 지원을 받은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의도대로 연구성과물을 만들며, 광고수주를 위해 언론까지 가세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야유한다.또한 헬리코박터 뿐만 아니라 세포의 필수성분인 콜레스테롤을 악의 축으로 인식시키고, 육식은 요절의 지름길이며, 암 예방에 좋다는 음식이 난무하고, 비타민은 안 먹으면 큰일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이비 건강상식을 송두리째 흔든다. 책이 출간될 경우 의과대학 교수로서 자칫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이 저자에 대한 모독은 아니었을까. 서 교수는 “환자도, 임상의사도 아닌 기초의학 전공자로서 의료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진정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며 “책을 낸 것은 세상에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 책으로 인해 단지 몇 명의 독자라도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넘쳐나는 각종 사이비 건강상식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길을 가는 것, 그것보다 더 좋은 건강법은 없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서 민 교수는 누구?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 중 방송대본 ‘킬리만자로의 회충’을 쓰는 등 기생충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명하다가 졸업 후 본격적으로 기생충학계에 투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최근 몇 년간 ‘기생충의 대중화’를 위해 집필에 전념, <기생충의 변명>이란 에세이집을 냈고 딴지일보 기자로 데뷔해 ‘건강동화’를 연재, <대통령과 기생충>이라는 소설로 엮었다.2004년 CBS ‘저공비행’이라는 프로그램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에 6개월간 출연, 의료정보를 알려줌과 동시에 의료계의 실상을 솔직, 담백하게 파헤쳐 인기를 모았다.현재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교수로 재직, 기생충을 사랑하는 삶을 몸소 실천하며 인터넷 사이트 등에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