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황금 들녘에는 참새들도 극성을 부리지만 오리에 비하면 조족지혈.
입장면 오리떼 출몰 극성, 농민들 대책마련 호소“작년부터 야생 오리떼가 조금씩 늘더니, 올해는 징그러울 정도로 논두렁을 뒤덮고 있다. 겨울철새로만 알았는데 어느새 이 지역에 자리잡아 텃새노릇을 하고 있다.”최근 벼 수확을 앞둔 천안시 입장면 연곡리 농민들은 겨울철새로 알려진 오리떼의 잦은 출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곳 농민들은 때아닌 철새의 등장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농작물 피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곳 주민들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출몰하더니 올해는 유난히 그 수가 증가했다는 것. 특히 철새로 한 때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년 내내 머물며 아예 텃새로 자리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현지 농민들에 따르면 야생 오리떼는 해질 무렵부터 먹이활동을 시작해 새벽까지 수 백 마리가 떼지어 다니며 벼 이삭을 훑어 먹는다는 것이다. 철새들의 주된 공략대상은 벼가 쓰러진 논이나 먹이채취가 쉬운 논의 가장자리다. 이 곳 농민들은 참새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앞으로 본격적인 수확기가 돌아오면 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천수만 AB지구나 민통선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매년 철새피해로 수 십 만평의 농작물 피해를 입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천안지역에서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이에 대해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평주 사무국장은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오리는 신체구조상 다리가 짧아 꼿꼿이 서있는 벼 이삭을 훑어먹지는 못한다. 오리농법과 같은 원리로 오리들이 논 사이의 잡초나 해충 등을 먹어치워 수확기까지는 오히려 벼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확기로 접어들어 태풍 등의 영향으로 벼가 쓰러지면 벼 이삭을 훑어 먹는 잡식성 동물의 면모를 보인다”며 “수십 만 마리의 철새가 출몰해 농민피해가 큰 천수만 지역에서는 쓰러진 벼를 먼저 수확하거나 신속히 일으켜 세우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 농민들이 청둥오리로 알고있는 야생 오리떼는 같은 기러기목 오리과인 흰뺨검둥오리로 텃새화된 겨울철새”라고 덧붙였다. 정재국 천안농민회 입장지회장은 “철새피해는 보상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쫓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철새가 죽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밀렵으로 처벌대상”이라며 “농민들에게는 생존권과 직결된 사항인 만큼 현실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