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포럼(상임대표 오열근)이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한 ‘천안지역 정치인의 정치자금 실사’ 결과 현실적인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포럼의 정치자금 실사 대상기간은 2000년도 한해.
전용학 국회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천안갑이나 함석재 국회의원의 자민련 천안을의 경우 당원들은 단돈 1만원도 당비로 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천8백20명의 당원수를 갖고 있는 전 의원 측이나 1천9백84명의 당원수를 갖고 있는 함 의원측 모두에 있어 불행한 일.
시민포럼은 ‘형식적으론 지구당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동원 정당의 전형’이라며 ‘이같은 형태로는 지구당의 민주화, 상향식 공천제도 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후원행사, 국회의원에겐 필수
당비가 전무하다 보니 국회의원이 믿을 건 후원금밖에 없다. 후원금은 의원들에겐 실제 짭짤한 도움이 되고 있다. 1년에 한 두번 의원회관 등의 중앙무대에서 여는 후원금은 보통 적게는 1억여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 모금된다.
이 때문에 후원행사 준비엔 언제나 만전을 기해 ‘성공행사’를 치르는 게 통례다. 후원행사엔 의원들끼리의 품앗이도 단단히 한 몫하고 있다.
함 의원의 경우엔 약간 특이하다. 일반 국회의원이 연중행사로 치뤄지는 후원행사에 기댄다면 함 의원은 자신이 속해있는 여러 소속 회원들로부터 매달 일정액을 후원받는 모금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국회의원의 수입구조를 보면 함 의원은 후원금이 2억2천3백만원(99.95%), 전 의원은 1억5천6백만원(98.5%)을 차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부족한 지구당 재정에 당원들의 당비 대신 자신에게 들어온 후원금의 상당수를 채워 넣어 유지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세, 여권의 금권력 위세 대단
지구당의 수입구조를 보면 한가지 놀랄만한 부분이 있다. 현 국회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천안갑의 수입액이 4억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반면 3선의 자민련 중진의원으로 자리매김된 함 의원의 자민련 천안을은 고작 1억2천여만원. 상대적으로 빈약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돈 있는 여당’이 되었음을 여실히 증명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현 국회의원들의 비교만으로 부족하면 민주당 천안을과 자민련 천안갑을 봐도 마찬가지다.
정재택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민주당 천안을의 경우 1억8천여만원에 비해 3선 의원 도전에 쓴맛을 본 정일영 전국회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자민련 천안갑은 겨우 2천만원을 넘었을 뿐이다. 한나라당 갑·을도 각각 7천여만원씩으로 민주당을 쫓아가기엔 ‘뱁새가 황새쫓아가는 격’으로 보인다.
민주당 갑지구당의 수입액을 부문별로 보면 당비 8천5백여만원(20.9%), 보조금 4천5백만원(11.0%), 후원회 기부금 1천8백여만원(4.4%), 차입금 8천4백여만원(20.6%), 지원금·기타수입 1억7천6백여만원(43.1%)이다. 여기서 지원금이라 하면 중앙당 지원금을 말한다.
반면 자민련 을지구당은 전년도 이월 7백여만원(5.3%), 당비 1천2백여만원(93.9%), 지원금·기타수입 1백여만원(0.8%).
한 개 지구당 지출이 4억원대
돈이 많으니 씀씀이 또한 많은게 민주당 갑지구당이다.
기본경비 1천6백여만원(38.8%), 정치활동비 2억4천8백여만원(61.2%)으로 총 4억4백여만원을 지출했다.
기본경비에선 사무소 유지비 7천4백여만원(18.2%)를 비롯해 인건비 6천6백여만원(16.2%), 공공요금 1천2백여만원(3.0%), 비품·소모 6백여만원(1.4%)을 썼으며 정치활동비로는 선거비 1억여원(24.9%), 조직활동비 7천4백여만원(18.3%), 의정활동비 2천7백여만원(6.8%), 정책개발비 1천4백여만원(3.4%), 선전비 2천4백여만원(6.0%), 당원교육훈련 7백여만원(1.8%), 기타경비 20여만원(0.0%) 순.
자민련 을지구당의 경우엔 인건비 1천7백여만원(13.6%), 공공요금 6백여만원(4.6%), 사무소유지비 3백여만원(2.0%), 비품·소모 1백여만원(0.8%)이 기본경비 명목(21.0%)으로, 조직활동비 4천6백여만원(36.2%), 기타경비 3천여만원(23.2%), 의정활동비 1천8백여만원(14.1%), 선거비 6백여만원(4.9%), 정책개발비 1백여만원(0.6%)이 정치활동비 명목(79.0%)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사결과 시민포럼은 지난해 8월 이후 지구당에 유급직원을 둘 수 없도록 개정된 「정당법을 무시하고 ‘변칙지급’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직활동비, 정책개발비, 의정활동비 등의 항목으로 과거의 유급당직자에게 활동비가 지출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또 증빙서류가 거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도 꼬집었다. 영수증이 생략되거나 간이영수증이나 자체영수증 등 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영수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정책개발비나 당원교육비 지출이 전혀 없는 지구당도 상당수를 차지, 지구당의 중요한 업무를 등한시하고 있음도 지적했다.
실사를 통해본 문제점 개선방안
시민포럼은 이번 실사를 통해 우선 회계장부 공개방식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보고서 열람기간이 3개월로 제한, 그 시점이 지나면 일체의 자료를 공개치 않아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차원의 실사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공개방식도 열람공개가 아닌 사본공개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관위 보고시 세부 사용내역에 대해 공개토록 방식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부항목을 보면 조직활동비인지, 정책개발비나 인건비인지 도통 사실확인이 불가능하다는 것.
재산현황, 당원숫자, 당비납부자 등 일반적 내역의 공개도 시민 알권리를 주장, 정보공개 범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시민포럼의 정치자금법 개정 촉구 의견
1.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 확보 및 철저한 회계감사 제도가 필요하다.
·후원금 및 당비의 수입금액, 일시, 성명, 주소 등의 구체적 내역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1백만원 이상의 경우 이를 유권자에게 공개한다.
·회계보고시 세법상 인정되는 증빙서류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회계감사제도를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감사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회계보고서 공개기간의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
- 회계장부 보존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
2.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정치자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예외규정을 삭제해야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3. 선관위의 정치자금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