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피는 그 날에는
옹달샘 매화꽃도 빨갛게 피고 양지바른 잔디밭에서 하루해가 저물도록 흥겨웠던 봄이었습니다…’
천안시의회 박태흥(68?문성동) 시의원이 8번째 시집, ‘들꽃 피는 그날’을 출간했다. 처녀작 ‘한꺼풀 벗기면서’를 출간한 지 10년. 시의원으로서의 활동과 더불어 시작된 창작활동이 고희를 앞두고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중국기행 7일, 유럽기행 11일, 그리고 우리나라 남해를 기행하며 떠오른 시상을 여과없이 그대로 옮겨적은 글로, 내용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대체로 ‘정’적이다. 뭔가 옛 것을 찬양하고 갈구하는, 그것은 피폐화된 정신·물질문명을 비판하고 진정한 발전이 자연스러움과 자유에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제목조차 ‘들꽃 피는 그날’인가 보다.
박 의원이 시(詩)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고1때. 우연히 조병화 시인의 ‘인간고도’를 접하고부터였다. “당시 몇몇 작품들을 접했지만 조 시인의 글이 나로서는 이해가 쉽고, 특히 마음에 닿았다”고 회고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달려간 곳은 전장터. 동족상잔의 전선에 학도병으로 투입됐다. “전장터라고는 하지만 뭔가 마음 둘 곳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책인데 시집은 다른 책보다 얇고 작아 휴대하기 편했죠.”
박 의원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터에서도 틈만 나면 시집을 꺼내 읽었다. 이후로도 시와의 인연은 박 의원의 반쪽 인생이 돼 버렸다. 그의 청·장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공무원 생활로 바쳐졌으나 몸에 끼고 산 시 문학.
“열의 만큼이나 용기가 미치진 못해 때만 기다렸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고 시의원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출간하게 됐고, 만족합니다. 내가 즐겁고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아쉬운 건 아직 스스로 흡족한 시를 써보지 못한 것입니다. 더욱 매진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