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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 계획과 결재

등록일 2001년06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99%의 공무원이 노력해도 1% 고위 간부들 때문에 공직사회의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산시청 공무원의 한결같은 말이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전 공직사회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한 고위 공무원이 어느 곳에 시설을 하려고 하는데 하급직 공무원에게 이것에 대한 계획을 짜보라고 했다. 하급직 공무원이 이 시설을 하기 위해서는 1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보고 계획을 세웠고, 이 시설을 할 수 있도록 업체를 공개입찰 시키자는 내용의 문건을 고위간부에게 올렸다. 담당계장과 과장 등을 거쳐 고위 간부에게까지 결재돼 올라갔지만 정작 이 간부는 결재란에 서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밀어주는 업체가 선정되길 원했는데 갑자기 공개입찰을 하게 되면 그 업체의 뒤를 봐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코 고위 간부는 이같은 말을 하지 않고 서류만 냅다 던져 자신이 하라는 대로 해오라고 하급직 공무원을 야단쳤다. 하급직 공무원은 상부의 명령대로 할 수 없었다. 공개입찰을 하면 예산의 40%를 절감할 수 있고 이 사실을 알고도 수의계약을 했을 경우, 감사원의 감사 칼날이 자신을 빗겨가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급직 공무원의 두달동안의 노력이 결재되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업체들을 뛰어다니고, 다른 시군의 자료를 찾아보았던 눈물어린 노력의 결실은 이런 식으로 종말을 내렸다. 이것은 얼마전 어느 공직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여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공무원들은 귀뜸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하급직 공무원들의 애환이다. 결재를 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서류로 남겨야 한다. 고위 간부들은 그것이 감사대상이 됨을 알고 이를 꺼린다. 그렇기 때문에 죽어나가는 것은 일을 계획한 사람들이다. 정당하지도 않은 사유로 인해 오늘도 행정력 낭비, 강제적 부당한 지시라는 오명만 소리없이 공직사회를 뒤흔든 채 하급직 공무원들의 노력은 오늘도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지고 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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