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미 교수/순천향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 자율신경병증’은 자율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말초신경병증과 더불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당뇨병을 앓은 지 한참이 지나서야 실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합병증이기도 하다.
고혈당 이어지면 위험
당뇨병 자율신경병증의 주된 원인은 지속적인 고혈당이다. 고혈당은 신경세포와 이를 둘러싼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자율신경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자율신경병증의 위험이 높아지며,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도 위험이 커진다. 그 외에도 고혈압, 흡연, 비만, 고지혈증 등도 악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손상 신경에 따라 증상 다양
당뇨병 자율신경병증은 손상된 신경의 위치에 따라 다른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심장과 혈관에 영향을 미치면 심박 조절이 어려워진다. 저혈압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심장마비와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소화기관의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위 마비가 발생해 음식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복부 팽만감,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변비와 설사가 교차하여 나타날 수 있다.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져 소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거나, 빈뇨 또는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요로감염의 위험도 높인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 여성의 경우 성감 저하 등의 성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땀샘의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땀을 너무 많이 흘리거나 전혀 흘리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손과 발에 땀이 나지 않고 반대로 상체에는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저혈당에 대한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상적으로는 저혈당이 발생하면 땀, 불안, 심장 두근거림 등의 신호가 나타나지만, 자율신경이 손상되면 이러한 신호를 느끼지 못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난치병, 예방하려면
자율신경병증은 완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하지만 적절한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예방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혈당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혈당 체크와 함께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약물 요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금연과 절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단 등은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흡연은 혈관 손상을 일으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이 필요하다.
증상별 관리는 이렇게
이미 자율신경병증으로 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위 마비로 인한 소화 문제는 소량씩 자주 먹는 식습관을 통해 개선할 수 있으며,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천천히 일어나거나 압박 스타킹을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조기발견과 관리에 힘쓰자
당뇨병 자율신경병증은 당뇨병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합병증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절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잘 관리하면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등을 철저히 관리하며,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자율신경병증의 위험을 잊지말고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신경 손상의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