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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는 ‘응급실 이용문화’가 절실하다”

등록일 2023년08월10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문형준 교수/순천향대병원 응급의학과

서산에 사는 70대 여자 환자가 천안의 대학병원 응급실까지 진료를 보러 왔다. 집 주변에도 병원이 있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지만 응급 상황이라 다른 병원을 믿을 수가 없다고 한다. 당시 응급센터 침상은 가득 찬 상황이고, 10여명이 입실 대기하던 상황이었다. 그 환자는 응급실 문 앞에서 4시간을 기다렸고, 검사와 처치를 받고 다시 4시간 만에 퇴원했다. 비응급이라 외래진료 예약을 잡아 줬다. 
흔한 대학병원 응급실 이용 모습이다. 한편에서는 산모와 외상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비응급 환자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병상 부족이 아니다. 분명 OECD 평균에 비해 3배 많은 병상인데 환자가 밀리는 것이다. 그리고 밀리는 병원은 선별적으로 몇몇 대학병원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어느날 점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5명이 4시간을 기다려야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이면, 다른 대학병원은 15병상이 비고, 그 지역의 응급실은 환자가 아예 없는 ‘화이트 베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이유는 환자 대부분이 본인들이 원하는 응급실에 찾아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응급실 진료를 거부당해 길을 헤매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순간 어느 대학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감기 환자 한 명만 없었어도 환자는 생존의 기회를 얻었을 것이다. 치료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음에도 ‘풀베드’ 상황이면 응급 환자는 응급실에 입실할 수도 없다. 응급환자 뺑뺑이에 관계되는 요소가 많지만 1차적인 원인은 비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많다는 것이다. 

가까운 의원‧의료원 먼저

응급의학 전문의로서 시민 여러분께 부탁 드린다. 가정 내 소비에 원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응급의료에도 원칙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몸에 불편한 증상이 생겼다면 가능하면 가까운 의원, 의료원을 이용해야 한다. 스무살 건장한 학생이 3시간 전 기침이 생겼다면서 비응급진료비용을 설명해도 꿋꿋이 6시간을 기다려 진료를 받고 간다. 복통이 생긴 어르신이 집 옆에 의료원이 있어도 차를 타고 와서 2시간 기다려 검사를 받고 귀가한다. 이런 경우가 하루 진료 환자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동네 의원과 의료원에서 진료해도 충분한 환자들이다. 더불어 돈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의료원에서는 응급 상황에 더 예민하기에 응급상황이면 더 빨리 대학병원과 연락해 이송을 결정하고 선조치를 한다.

119 판단 존중돼야

두 번째, 119를 부르면 119 지시에 따라야 한다. 119는 응급환자를 적재적시에 이송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적재적소에 이송하지 못한다. 응급환자를 최선의 기관에 이송하지만, 비응급환자 역시 최고의 기관에 이송하는 것이다. 이유는 환자들의 비난과 민원, 혹은 폭력 때문이다. 출동 당시와 그 이후 발생하는 지속적인 괴롭힘이 환자를 대학병원으로만 이송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 결과 응급환자는 대학병원으로, 비응급환자는 환자가 원하는 대학병원으로 이송하는 공식이 만들어진다. 119는 대부분 주변 병원의 병상 정보와 가용한 의료진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응급 여부’와 병원 진료 ‘멤버십’은 관련이 없다. 그러니 119의 판단을 존중하고 조치에 따라야 함을 신신당부 드린다.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에 동참을

애석하지만 이 상황의 개선은 여전히 어려울 것임을 전문가로서 전망한다. 우리는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고령 환자들이 더 많이 입원하고, 더 오래 중환자실에 머물러 가용할 수 있는 응급 병상의 수는 더 감소할 것이다. 누구든지 필요할 때 응급실 이용이 가능하도록 전체 시민사회의 동참과 노력, 나아가 법적 제한까지 다양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문형준 교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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