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아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70세 남성 A씨는 최근 1년 전부터 이유 없이 어지럽고 숨쉬기가 힘들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으며, 입맛이 없어 체중이 10kg이나 줄어들었다. 원인을 찾고 치료를 받기 위해 신경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 뇌영상검사나 혈액검사 등을 반복해서 받았다. 그러나 특별한 이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픈데 검사는 ‘이상 무’
A씨는 ‘신체증상장애’ 환자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실제로 소화 불량, 어지러움 등의 신체증상을 느끼고, 심한 경우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많은 제한을 받기도 하지만, 신체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시행한 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간혹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으나 검사소견에 비해 심한 정도의 증상을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한가지 증상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신체적 불편감들을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흔히 신경성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는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환자의 불편감을 꾀병으로 오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환자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환자의 고통은 더욱 악화되며, 우울증상을 동반하게 되는 등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
초진환자 상당수 신체증상장애
외국에서 조사된 바에 따르면 신체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신체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약 10~40%로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고 한다. 국내 종합병원 초진환자의 11.5%가 동일한 경우에 속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신체증상장애가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우울증, 공황장애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은 많은 경우에서 신체증상에만 집중하여 내과, 신경과 등 타과 진료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감각과민, 통증역치↓, 근수축 관여
신체증상 장애의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문화적 요인으로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중 생물학적 요인으로 신체 감각에 대한 과민함, 통증 역치의 저하가 대표적이다. 소화를 위한 장의 연동운동과 같은 일상적인 생리적 활동에도 불편감을 느끼거나 이전에 통증으로 느끼지 않았던 자극도 역치가 낮아지면서 통증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또한 내장근의 수축은 기능성 소화불량증, 골격근의 수축은 긴장성 두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 표출 못해서도 생긴다
또한 심리적 관점에서는 자신의 우울, 분노 등의 힘든 감정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할 때에 신체가 대신해서 아픈 것이라 보기도 한다. 주로 힘든 것을 참고 억누르는 성향의 여성이나 노인에게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신체증상장애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기도 하는 화병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될 수 있다.
통합적 관점으로 다양한 치료 병행
신체증상장애의 실제적인 신체적 불편감이 있다는 것과 그 원인이 심리적이라는 것을 고려하였을 때에 두가지 모두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의사 한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일관성 있게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료로는 단일한 방법이 아닌 생물학적-정신-사회-문화적 측면의 통합적 관점으로 흔히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심리치료, 행동치료가 모두 고려되며 내과적 치료의 병행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만성화된 경우라도 통합적인 접근이 이루어 졌을 때에는 진전되는 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과도한 음주, 흡연 등을 하지 않으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