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멍청아, 그것도 몰라. 이그...”
어릴때부터 많이 듣던 말이 ‘멍청이’다.
멍청이는 사전적 의미로 <어리석고 사리 분별력이 모자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멍청이보다 더 심한 말은 ‘바보멍청이’다. 그러고 보니 ‘멍청이’가 왜 그런 뜻이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둑중개.
멍청이는 ‘멍텅구리’에서 나왔다. 멍텅구리는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뚝지’라고 하며 동해안과 일본에서 많이 난다. 멍텅구리는 몸이 길고 옆으로 납작하다. 한국의 특산어종이다. 손으로 가만 움켜잡으면 잡을 수 있을 만치 행동이 민첩하지 못하다.
멍텅구리는 쉽게 말해 ‘바보’다. 1924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네컷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가 인기를 얻으며 유명세를 타게 된 듯하다. 만화주인공 최멍텅은 온갖 ‘멍청한’ 짓으로 사람들을 웃겼다.
화투의 고스톱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열끗자리 화투를 가리키며, 멍텅구리배는 한 곳에 정박해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새우잡이배를 뜻한다. 멍텅구리와 비슷한 말로 얼간이, 맹꽁이가 있다.
작가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란 작품에서 “그런 일을 바른대로 말하는 멍텅구리가 어디 있느냐고요” 라는 대사가 나온다.
뚝지.
나는 어렸을 적 여름철이면 저수지 아래에서 고기잡는 재미에 푹 빠졌었다.
죽이 잘 맞는 두살 터울 작은형과 같이 가면 하루종일 뜨거운 햇볕에 살갗이 시뻘겋게 익는데도 아랑곳없이 고기잡이에 열중했다. 작살로 메기를 잡기도 하고, 족대로 수풀 주변을 뒤져 붕어나 송사리를 잡기도 한다.
때로는 멍텅구리를 잡기도 하는데, 수경을 쓰고 물 속을 들여다보면 송사리만한 물고기가 가만히 떠있다. 손을 양쪽으로 포위하며 천천히 다가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바보같이 도망치질 않아’ 했는데, 진짜 바보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게가 ‘멍텅구리’였구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