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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단대호수보다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요

연인, 가족, 친구들이 찾는 곳… 혼자라면 배아파서라도 배짱부리고 가보라고

등록일 2022년04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4월17일 정오를 지나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한, 전형적인 봄날씨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소화할 곳을 찾다가 단대호수로 운전대를 돌렸다. 단국대학교 주차장은 사람들로 초만원인데도 주차할 곳이 워낙 많았기에 '주차편의'가 보장돼 있었다. 

단대호수 둘레길은 2.3킬로미터로, 30~40분 걷기로 딱 좋다. 

 

시원한 단대호수에 바람이 살랑살랑. 장범준의 '꽃송이가'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단대호수 걷자고 꼬셔... 꽃송이가, 꽃송이가 
 

단대호수에서 천안터미널쪽을 바라본다. 에.. 남쪽쯤 되려나... 

독립기념관이 있는 천안,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가 많이 배출된 충절의 고장. 그래서 톨케이트에서 빠져나오는 길목에 대형태극기가 선명히 보인다. 
 

벚꽃도 지고 개나리도 졌나 보다. 꽃들이 진 자리는 초록으로 물든다.  

날이 너무 좋아서.. 벤치라도 있으면 눕고 싶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거기도 파란색 물결, 하늘이 파란데도, 단대호수가 투영돼서 그리 보이는 듯해 보일까 싶다. 
 

호수 가장자리라도 아담한 정원처럼 정갈하다. 연못 있는 정원이라면 욕심껏 갖고 싶다. 

오, 이건 황매화 아닌가. 겨울이 가시기 전에 피는 2월의 매화가 어찌 4월에 핀단 말인가. 

하여 자세히 보면 매화를 닮았으되 매화는 아니다. 그저 매화를 닮은 노란 꽃이라 하여 '황매화'라.
 

이렇듯 강렬한 노란색은 황금을 상징하는, 복수초처럼 재물을 불러들이는 색. 하여 바라보는 기분이 더욱 좋다. 

단대호수에서 발견된 수달(천안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공)


낮이든 밤이든 사람들이 하도 많아 수달이 살기는 편할런지.. 수달이 산다니 반갑기는 하지만, 시끄러워 못살겠다 짐보따라 둘러매고 이사라도 가진 않을까 싶다. 수달의 서식처라 하니, 사람이라 해도 피해를 줘선 안될 거야. '주의해 주길 바랍니다.' 
 

도심을 노랗고 붉게 물들인 것이 개나리와 진달래라면, 그 시기가 지나면서 다가오는 것이 철쭉이다. 

철쭉은 산에 많다. 조만간 산에도 가봐야겠구나. 
 

지나가는 어떤 사람이 연꽃들이 자라는 곳을 지나면서 기겁을 한다. "뱀인 줄 알았잖아. 어휴 징그러워."

그러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냇가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잡으면서 '물뱀'과 가까이 지냈다. 한번은 바로 옆을 지나길래 소스라치게 놀라 얼른 물밖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가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남자가 여자를 쳐다보는 이유?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든 아름다운 것은 그냥 못지나친다. 남녀가 해지는 노을을 정신줄 놓고 쳐다보는 것도 풍광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순간 금화로 착각했다. 내 어릴 적 금화를 자주, 많이 보았다. 힘이 센 소녀해적, <말괄량이 삐삐>의 집에는 금화가 가득 든 커다란 가방이 있다. 

햇빛에 금화도 번쩍인다. 진짜 금화일지도 모르겠다. 
 

고기가 유유히 떼를 지어 유영한다. 

천안은 삼거리공원 설화가 유명한 곳. 설화에 등장하는 능수버들처럼, 여기 한그루의 버드나무가 운치있게 자랐다. 

어떤 소녀의 뒷머리같기도 한데.. 혹 사연이라도 있는 걸까. 
 

둘레길을 걷다 보면 한 켠에 체육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처음 이곳 호수둘레길을 조성하면서 붙여진 이름은 '천안호 생활체육공원'이었다. 즉 체육이 포함돼 있는 곳이다. 족구도 하고 농구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꼬마 위주의 인라인스케이트장인가 보다. 대부분 꼬마들이 타고 있는데 정작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은 많지가 않다. 대신 바퀴가 달린 다양한 탈 것들을 준비해서 즐기고 있다. 

천안이든 아산이든 호수가 크고 사람들의 나다님이 많은 곳엔 '카페'가 인기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를 즐기며, 눈으로 단대호수를 담아간다. 
 

어느 버스커가 버스킹을 한다. 공원에 운치있는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기분도 덩달아 3도 오른다.  
 

일부러 세그루의 나무를 심어놓은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숫자다.

서양이 7을 행운의 숫자로 부른다면, 우리네의 3은 길한 숫자다. 3이 3을 곱하면 9가 되는데 쌍삼이라 해서 길조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친다. 9가 되기 위해서는 3을 거쳐야 한다. 

난 개인적으로 도전의 숫자 '3'으로 부른다. 한번 깨지고 두번 깨져도 '삼세번' 도전하다 보면 성공하게 되어있다.

3은 한번 졌다고 절망하지 말고, 두번 졌어도 다시 일어서라는 의미다. 동아시아 전설에는 '삼족오'도 등장한다. 
 

한바퀴를 다 돌고 주차장으로 나오는 길. 몇몇 먹거리가 눈에 띈다. 사람이 많은 곳, 사람이 쉬는 곳에는 간단하게라도 주전부리할 것이 있어야 한다. 
 

단대호수를 그저 산책길로만 여기면 오산이다. 특히 4월의 단대호수는 그야말로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이다. 

단대호수를 걷자고 꼬시는 이유가 다 있었던 거다. 

단대호수(천호지)를 자꾸 사람들 마음에 들게 개발한다고들 하는데... 4월의 단대호수가 혹여라도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4월의 단대호수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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