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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다는 건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등록일 2021년12월2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성경에는 어느 과부의 기부 이야기가 나온다.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은지라 -마가복음 12장 42절> 

부자들이 헌금함에 돈을 많이 넣는데, 이 과부는 고작 두 렙돈을 넣었다. 당시 두 렙돈이라 함은 노동자 하루품삯의 60분의 1쯤에 해당한다. 지금으로 치면 1000원이나 1500원 정도다. 그런데 예수의 말이 걸작이다. “부자는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다”고 했다.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의미는 바로 ‘마음’이다. 마음의 자세가 어떠한가에 있다. 억지로 하는 기부는 비록 그 쓰임이 좋을 지라도 기부자에게 어떤 득(복)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은 돈이라도 남을 위한 마음이 있어 내놓아야 한다. 그런 돈은 받는 자도 행복하다.  

과부의 기부는 그야말로 ‘멋진 기부’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먹을 것도 없는 와중에, 오늘은 겨우 벌었어도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과부에게 ‘두 렙돈’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만약 사막을 홀로 건너가는 중에 얼마 안되는 물통의 물을 남에게 건네기란 쉽지 않은 배려다. 

마음에서 버려야 할 것은 탐욕이다. 
 


내가 아는 서성강(60·사진작가)씨가 천안시에 1억원을 기부했다. 희귀난치병 어린이를 위해 선뜻 내놓은 것이다. 그것이 ‘아름다운 기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30년동안 유치원을 운영해온 그였다. 유치원을 잘 운영했다 해서 부총리상도 받은 바 있으며, 유치원을 운영함에 있어 아이를 위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번은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와의 대화에서 ‘사진’찍는 대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는 인간과 삶의 가장 밝은 모습이 어린이의 해밝은 미소라 했다.

‘아,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구나.’ 그런 대답이라면 유치원 원장의 삶도 꽤 잘 해낼 것만 같은 생각을 갖게 했다. 아니, 그곳 꿈동산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와 부모가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맞다. 
 

"5년.. 6년쯤 됐을 거예요. 우리 원에 다니던 아이가 어느날 갑자기 난치병 통보를 받았지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이도, 그리고 엄마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데 2021년 30년간의 유치원을 문닫고, 이제 아이들과의 작별선물이라도 하는 듯이 ‘1억원’을 기부한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한 사람으로서, 가장 알맞은 선물이다.  

얼마 전 그의 유치원을 가보았다. 폐원이 된 그의 유치원은 더 이상 아이들이 없었다. 교실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교제며 가구들이 이리저리 정리되고, 또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놓여 있었다. 

1억원은 누구에게도 적은 돈이 아니다. 30년간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푼두푼 모은 돈이다. 부자들이 하는 큰 돈이지만, 두 렙돈을 기부한 과부의 마음을 닮은 서씨의 기부금. 그걸 받고 치료하게 되는 희귀난치병 아이들과 부모들은 몹시 행복할 것이다.  
 


영국의 시인 존 던(1572~1631)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다. 

예전 유럽에서는 사람이 상(喪)을 당하면 조종(弔鐘)을 쳐서 온 마을에 알렸다. 인간은 누구도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전체의 일부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의미에서 조종은 서로 연결된 우리 인간 모두를 위하여 울린다고 말하고 있다. 삶의 근본에 대한 경건하고 엄숙한 통찰이다. 

세계적인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아 1940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써 출간했고, 1943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도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데에 뜻이 있다. ‘나’를 강조하면 ‘너’가 보이질 않는다. 즉 ‘우리’라는 개념이 형성되질 않는다. ‘나’만큼 ‘너’를 인식해야 ‘우리’가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는 결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그런 사람은 함께 사는 세상에 어울릴 수도 없다.

어떻게 살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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