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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도 14번째 시집 ‘산’ 펴내 

수천번 오르내린 천안 태조산… 산에 대한 이야기, 삶에 대한 이야기

등록일 2021년12월1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조재도 시인이 14번째 시집을 펴냈다. 

“안서동 집 뒤 태조산을 30여년동안 5000번도 넘게 다니며, 그때그때 얻은 정취를 시로 써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집 이름은 ‘산’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눈에 띌까 하겠지만 평범함이 오히려 비범한 것이라는 발상과 함께.


그는 아내와 결혼하면서 더불어 태조산하고도 연을 맺었다. 천안에 산 것이 1987년 결혼하고나서부터인데, 그때부터 태조산과 인연을 맺었으니 말이다. 

교사이기도 한 그는 집에 있을 때는 거의 매일 태조산을 올랐다. 처음에는 산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지에 적었고, 언제부턴가는 메모기능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완성된 시가 300편이 넘었다. 이번 시집에는 그중 일부인 80편만 실었다. 

‘산’이라는 시집의 특징이라면 시들이 짧다는 거다. 2016년이었나 보다. 열 번째 시집을 내고서는, 시쓰기의 기준을 10가지로 추려 정리했는데 그중 한가지가 ‘짧고 임팩트있게 쓴다’였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긴 글을 읽지 않으려는 요즘의 세태도 있습니다.” 
 

『장작 1』이라는 시는 무척 짧다. 

  꽃은 나무에서 피고
  불은 장작에 붙는다

  겨울엔 꽃보다 장작이다
 

조 시인이 추천하는 시에 『바람의 소리』가 있다. 

산행길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발견하면 곧 주워서 풀숲에 던져주곤 했다. 산을 다니다 보니 등산로에 여러 생명들이 나와있는 때가 많다. 봄과 여름엔 달팽이와 지렁이가, 가을엔 도토리 같은 것들인데 간혹 사람 발에 밟혀 즉사한다. 일명 ‘로드킬’ 같은 거다.

“그래서 눈에 띄는 대로 안전한 풀숲으로 옮겨주곤 했죠.” 

 
< 바람의 소리 >
 

  올가을에도
  산에 갈 때
  눈에 띄는 도토리 주워
  풀숲에 던져 주었다
  사람 발에 밟히면
  으깨져 아뿔싸!

  산행길 풀숲에서 
  고마워 고마워 소리 들렸다

  인간의 말소리가 아닌
  산과 도토리만이 낼 수 있는
  바람의 소리였다

 

조 시인에게 ‘산’은 어떤 의미일까. 

“글쎄요. 나름 여러 생각과 감정을 투영해보기도 했는데, 결국 산은 ‘거기 있는 거’라 말하고 싶군요. 저에게 산(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있는 존재니까요. 개발과 수탈의 대상이 아니죠.”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희망
 

조재도 시인은 1985년 8월 ‘민중교육’지 사건의 주인공 중 한명이었다. 당시 현직교사였던 사람들이 교육의 민주화를 주장하는 책을 냈는데, 그로 인해 군부정권에 의해 관련교사들이 구속되고 학교에서 파면·해임된 사건이다. 조 시인도 학교를 떠나게 됐으며, 그 책에 실린 자신의 시 ‘너희들에게’가 KBS 9시 뉴스에 책과 함께 보도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1989년 온양여중에서 근무할 때 전교조 결성으로 또한번 해직됐다. 

이제 세월이 흘러 싸움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그는 ‘청소년평화모임’을 만들어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이 평화로운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생각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이 평화로워야 한다는 취지의 모임이다. “가정의 부모나 학교 교사들이 경쟁의식에 빠져 있으면 함께 하는 청소년들이 평화로울 수 없는 거잖아요.” 

조 작가는 앞으로도 시를 쓰는 것이 바람이라 했다. 시는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니 많은 이들의 가슴에 닿아 공감하는 좋은 시를 부지런히 쓰겠다고 한다. 덧붙여 청소년들이 좀 더 평화롭게 자랐으면 좋겠고, 천안시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태조산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조재도 시인은 1957년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1981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2012년 8월까지 국어교사로 근무했으며, 퇴직 후 ‘청소년평화모임’을 운영하며 글 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좋으니까 그런다’, 청소년 소설로는 ‘이빨자국’, ‘불량아이들’, ‘위로받고 싶은 나날들’,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산문집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등이 있다.  

 

  <달개비꽃>

  성불사 돌담 틈
  달개비꽃

  아무래도 저 꽃은
  지난밤 내린 이슬들이 피웠는가 보다

  아침에 피어 저녁에 오무는
  금강 상류
  물빛 같은

  자세히 보면 고 작은 꽃 안에
  코끼리 한 마리
  뿌앙하고 산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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