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부적?’
다소 생소하다. 「부적(符籍)」이라 함은 재앙을 막고 악귀를 쫓기 위해 쓰는 것. 붉은 글씨나 무늬가 그려진 종이를 말한다. 불교나 도교 또는 민간신앙 따위에서 사용하며, 주로 몸에 지니거나 집에 붙여 악귀나 잡신을 쫓는다. 주술적이다.
▲ 정혜영 작가의 작품 '존재의 삶'. 우리나라 영물로 왕을 상징하는 기린과, 인디언 추장의 깃털이 등장한다.
그런데 동양화가 정혜영(39) 작가가 ‘그림부적’을 그린다. 자연과 생명을 모티브로 한다. 민화를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따냈기에 민화적 주술이 서양적 유화와 만나 묘한 회화의 영역을 고착화한다. 그야말로 ‘그림부적’이다.
“제 그림은 외국인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정혜영 작가. 그도 그럴것이, 유화적 친근함에 동양의 신비한 주제감을 호기심있게 바라볼 것이다. 색도 명확하고 단호해 ‘젊은이’들이 더 좋아할 그림이다.
▲ 정혜영(39) 작가의 '그림부적'을 통해 행복한 기억을 간직해보라.
그의 개인전 ‘기억의 성(成)전’이 6월1일부터 5일(토)까지 천안 삼거리갤러리에서 열린다.
다양한 소재에 기원의 의미를 더한, 게다가 화려한 색감의 ‘그림부적’은 작가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18점의 그림부적, 자잘한 소품 20점 정도가 시민들을 기다린다.
이번 그림부적은 ‘기억’에 집중했다고 한다. “사라지고 없어지는 것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어요. 동시에 현재를 즐기고 지금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을 반영했죠.”
▲ 작품 '어제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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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오늘의 난' |
▲ 작품 '나만의 환상'
말은 쉽지만 무형의 기억을 기록한다는 것, 이를 회화적 형태로 표현해내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기억의 의미와 상징성이 회화적으로 변용되는 양상을 고찰해 이를 현대미술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 동·식물과 같은 자연물의 선과 색을 단순화했어요. 그리고 마치 성을 쌓듯 색을 덧칠했죠. 매력적인 색감을 찾아내기 위해서예요.”
의미있는 상징과 문양, 화려한 장식이 그의 그림부적 속에 담겨있다. 그는 ‘행복의 기억’이라 했다. “언젠가는 사라지고 마는 기억의 아쉬움을 그림으로 창작해 오래도록 향유하고 싶었다”며 또한 “그 느낌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다”는 바램을 갖는다.
▲ 작품 '탐욕'
정혜영 작가는 현재 천안미협 사무차장이다. 천안 단국대에서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동양화)·박사(미술학)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시작한 개인전은 지난 2019년 인사이트센터에 이어 이번이 7회째다. 수상으로는 2014년 코트라 한류미술공모전 금상, 2016년 한양예술대전 우수상, 2018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