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접’은 사람 이름이 아니다. 화접(花蝶)은 ‘꽃 화’와 ‘나비 접’ 자를 쓴다. 그러니 꽃과 나비라는 의미다.
우리가 먹는 배를 재배하는데 있어 ‘화접봉사’를 한다. 신고배(품종)는 자가수분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른 품종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신고배에 묻혀 인위적으로 수정시켜준다. 또한 인공수분작업은 자연수분보다 착과율을 높이고 고른 크기의 과일을 수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화접봉사에는 위 아래가 없다.(박상돈 천안시장도 예외없다)
그러나 신의 뜻인가. 배꽃수정이 가능한 기간은 개화일로부터 3일정도밖에 안되지만 시골에서 일꾼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언제부터인가 이 기간 각계각층 수많은 사람들이 ‘화접봉사’를 통해 배농가를 돕는 일이 전통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천안은 전국 3대 배주산지다. 특히 신고배는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의 86%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3월 평균기온이 따뜻해 개화시기가 열흘 정도 앞당겨졌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국인근로자나 자원봉사자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화접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천안시 공무원과 시의원들, 소방대원, 각 읍면동 자생단체들이 천안의 배주산지인 성환과 그 인근으로 달려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그럼에도 천안12경에 속하는 ‘왕지봉배꽃’ 풍광을 놓칠 순 없다. 1년에 단 한차례 아주 짧은 시간 볼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천안 성환읍에 들어서면 온통 사방이 배꽃 물결이다. 대부분 구릉으로 이뤄진 배과수원이다 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한 폭의 멋진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그래도 냉정하게 따져 아쉬움이 있다면 두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배꽃내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카시아나 장비의 향 등에 비교할 수가 없다. 아주 약간의 향기만 담고 있더라도 그 곁을 지날 때 얼마나 황홀할까.
또다른 한가지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도로변이나 농로길 등에서 쳐다볼 뿐 가까이 가기가 쉽지 않다. 숲 속 길과는 달리 주인이 있는 과수원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울타리까지 쳐져있어 용케 좋은 길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도로변에서 감상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그 자체로도 크게 부족함은 없다. 해변에서 바다를 쳐다보듯, 바다같은 배꽃물결을 봐라보는 것으로 만족감은 충분하다.
아, 올해도 배꽃의 장관을 볼 수 있어 나름 만족하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