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을 되짚어보면 천안시가 현안문제로 ‘주민투표’에 붙여진 적이 있었던가. 성거소각장이나 쌍용공원의 개착문제, 한동안 거센 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던 추모공원까지도 주민투표로 결정된 바 없다. 하지만 이제 일봉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천안시장은 시장직권으로 주민투표를 결정했다. 세상이 달라졌는지, 박상돈 시장의 운영방식인지 궁금하다.
봉서산은 사유지로써 현재 두가지 방안을 갖고 있다. 오는 7월1일 이후로 공원부지가 자연녹지로 용도변경된다. 공원부지가 해제되면 난개발이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천안시가 일봉산을 매입해야 하며 500억원이 넘는 매입비가 필요하다.
천안시 한해 살림살이가 2조원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500억’ 예산은 가능한 거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도 보험이다 아파트관리비다, 식비다 해서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거 빼면 월급에서 남는 돈이 얼마 안되듯, 시예산도 그와 같다.
시의회도 행정의 살림살이를 이해하니, 일봉산 매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지 않는가. 지난해 비슷한 상황에서 주민투표 가부를 정할때 의회는 ‘부결’시킨 바 있다.
시행정 관계자나 의원들, 시민들 누구라도 ‘도심산’이 훼손되거나 줄어드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산림의 중요성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럼에도 천안의 도심산은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람들로부터 이익과 관련한 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오래 전부터 회자되는 주제다. 자연을 활용할 줄 모르는 인간의 삶도, 그렇다고 자연속의 부속물처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도 최선은 아니다. 그래서 ‘적절한 조화’를 위한 노력과 연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시가 무리한 예산을 써가며 어떻게든 일봉산을 지키는 것이 좋을까. 조금은 떼어주고라도 적절한 운영방식으로 일봉산을 가꾸는 것이 좋을까. 정책적 판단은 둘 다 가능한 일이다. 주민투표가 아닌 여론조사를 통해 천안시민 전체의 생각을 반영해보면 어땠을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일봉산이 하나의 사례가 되면 시는 일정 사안에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법이 정착될 수도 있을까. 한 시민단체 임원은 “이번 주민투표 방식이 참여민주주의 좋은 예 같지만, 전문집단의 정책적 회피라는 부분에서는 안타깝다”고 했다. 여하튼 일봉산 특례사업이 시장의 주민투표 직권상정으로 지역사회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발생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