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선거관리위원회는 천안시장보궐선거와 관련해 지난 1월 선거구민에게 식사(13만4000원)를 제공한 혐의 등으로 현직공무원 ㄱ씨를 4월6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 고발했다. ㄱ씨는 선거운동 문자메시지 53통을 선거구민에게 발송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심각한 것은 시장후보자 ㄴ씨가 이들 식사모임 참석자를 대상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함께 고발됐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시장후보를 고발하면서 ‘혐의 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기부행위’ 같은 중대한 문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날 식사자리에 참석한 선거구민은 전·현직 공무원 9명으로, 일단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두명을 뺀 7명에게 각각 36만원씩 모두 252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과태료는 그들 각자가 먹은 음식값의 ‘30배’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운동이 금지돼 있고,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도 할 수 없다. 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행위, 금품·음식물 제공 등은 중대선거범죄에 해당한다. 충남선관위는 “불법행위는 앞으로도 엄중하게 단속해 뿌리뽑겠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현직시장의 재선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공무원과 후보가 ‘윈윈’하자는 것인데 금지된 불법거래가 유권자에게 좋아 보일리 없다.
7일 저녁 천안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8일자로 해당공무원을 즉각 직위해제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일벌배계 차원에서 최고의 징계를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가자와의 통화에서 윤재룡 시 감사관은 “전직 공무원이야 민간인 신분이라 해당사항이 없으며, 식사자리에 참석한 현직공무원이 있다면 조사를 통해 징계수위를 정하겠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시장 보궐선거를 대비해 지난해 11월부터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줄 것을 당부해 왔고, 감사부서도 암행감찰을 해왔지만 이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각각의 반응과 입장들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근수)은 지난 1월2일 시무식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갑질문화 개선, 음주운전 금지 등 관행적 부조리 근절을 다짐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시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께 사죄하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보궐선거도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19억원의 혈세를 낭비하며 치르는 선거라며 “재판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시정을 이끌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고 시민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흔들림 없는 공직수행, 즉각 후보직 사퇴, 고발사건과 관련한 후보 즉각 공개 등을 요구했다.
미래통합당 충남도당도 성명을 내고 “선거법을 하찮게 여기고 심지어 비웃는 듯한 구태는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재판에 발목잡힐 시정, 재·보궐선거 재발의 악몽을 다시 감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도 9일 성명을 냈다. “우리는 2019년 12월30일 내부게시판(새올)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집단적 규칙을 어기면서 정치권 줄서기를 하는 자가 있다면 노조에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시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과 직위해제라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어 “총선이 끝날 때까지 몸가짐을 조심하고, 이번 고발건은 결과에 따라 일벌백계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