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알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것은 적어도 ‘생색내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그 순수성을 보장받는다. 조그마한 도움에도 생색내기 바쁜 사람들도 있지만 크고 작든 상관없이 조용히 돕는 손길들도 있어 세상이 따뜻하다.
지난 12일 마스크를 쓴 익명의 여성이 백석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왔다. “자녀들과 함께 기부합니다.” 담당공무원이 물었으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익명으로 해달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사라졌다.
그녀가 놓고 간 종이가방 안에는 아이들이 모은 동전과 손편지가 담겨 있었다. 손편지에는 코로나 사태로 고생이 많다며 고생하시는 보건소 공무원분에게 마스크 구입비용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백석동은 공적물품인 마스크를 대량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 끝에 건강식품을 구입해 전달하기로 했다. 또한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들은 백석동 행복키움지원단 단원들도 자체지원금을 보태 격려물품을 전달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승우 백석동장은 “다시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백석동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덕면(면장 김종완)에서도 따스한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20일 오전에 한 어르신이 광덕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와 수표 10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맞춤형복지팀에 전달하고 사라졌다. 직원이 신원을 확인하고자 했지만 기부자는 극구 사양했다. 어르신은 코로나로 피해입은 시민을 위해 써달라고 전했으며, 광덕면은 천안시복지재단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같은 날 불당동 행정복지센터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나타났다. 오후 5시30분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오랫동안 모은 것으로 보이는 수많은 동전들과 지폐, 마스크 10매를 전달하고 사라졌다.
후원금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코로나로 고통받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되도록 천안시복지재단에 지정기탁할 예정이다.
이들 외에도 익명의 기부자는 이곳저곳에서 나타났다. 여섯 살 아이는 지난 16일 두정지구대를 방문해 마스크 10장고 손편지를 놓고 사라졌다. 손편지에는 ‘경찰관님,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 25일에도 익명의 기부자가 성정2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꼭 필요한 분들이 쓸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며 마스크 25매를 기부하고 황급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