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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격리시설 “천안지역은 안돼”

정부 검토에 따라 지역국회의원들 줄줄이 반대의견

등록일 2020년01월28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8일 우한폐렴 확진자가 45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106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홍콩대 전염병역학통제센터는 우한 내에서 감염자가 4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자칫 절정기인 4·5월이면 수십만명이 우한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동통제나 대중행사 취소, 휴교 등 ‘엄중한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정부는 우한지역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700여명의 국내송환을 위해 오는 30일과 31일 전세기를 급파하기로 했다. 이태호 외교부2차관은 28일 정부합동브리핑을 통해 “우한지역의 재외국민과 유학생 등 국민보호를 위해 전세기 4편을 투입해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정부와 협의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날짜는 변경될 수 있다.  

이들은 귀국 후 국내 감염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관계법령에 따라 일정기간 정부가 마련한 공무원 교육시설에서 임시로 생활하게 된다.

천안시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천안시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이 확산됨에 따라 천안시는 기존 방역대책본부를 ‘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 운영하기로 했다.
28일 시는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돼 구만섭 권한대행 주재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질병관리와 방역업무지원, 지역사회 감염확산방지업무를 담당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24시간 대처한다.
그동안 시는 보건소 선별진료소 담당자를 배치하고 확진환자 접촉자 1:1 전담공무원 지정은 물론 숙박업소와 시민들에게 예방수칙과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홍보해왔다.

본부는 재난상황관리반, 언론대응 및 시민홍보반, 의료지원 및 방역서비스반, 관광객 동향관리반, 사망자 관리 및 장례지원반 등 5개반을 운영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상황에 따라 확대 운영한다. 또 감염자 추가확산상황 등 유사시를 대비해 격리시설 등을 미리 확보하고 직원상황반 근무, 비축물자 사전확보, 선별진료 의료기관 운영실태 점검 등 대응태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구만섭 천안시장 권한대행은 “위기경보 격상에 따라 인력·시설·장비 등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선제적 대응책을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시민들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손씻기, 기침예절 등 예방수칙 준수와 중국 방문자 등 호흡기 의심증상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 방문 전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서북구 보건소(☎521-2552, 2561)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안정치인들은 ‘반대입장’

정부는 우한교민이 머물 격리시설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으나 한 언론은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 두 곳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하면서 천안정치인들의 반대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천안시 관련담당자는 “정식으로 통보된 적도 없고,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며 답답해 했다. 그는 “기사를 낸 중앙지 다른 기자가 전화해 통보받았냐고 물어보더라”고 전했다. 오보라면 정치인들의 ‘설레발’이 될 수도 있지만, 지역사회가 걱정하는 만큼 사실이라면 중앙정부의 즉각적인 해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지자체와의 공조 없이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천안시장 예비후보들은 대부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박상돈(자유한국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천안지역에 우한교민들의 격리수용을 검토중이라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우정공무원교육원이나 중앙청소년수련관은 도심에서 매우 가깝다”며 “이 두곳에 우한교민들을 격리할 때 천안시민들의 안전은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장기수(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도 “격리수용할 곳으로 천안소재 시설이 결정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했다”며 정부의 결정에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했다. 그는 “청주공항으로 이송된 교민들이 공항 인근에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천안까지 오게 되는 합리적인 이유와 천안시민의 안전을 위한 사전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천안 각 대표들과 정부대표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 구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정순평(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우한교민의 격리수용지역 선정에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며 “결정과정에 당위성과 투명성을 통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전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보다 통제가 쉬운 지역들을 복수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민간시설 등 최적의 장소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병수(자유한국당) 천안시장 예비후보는 29일 “격리수용된 곳에서 우한폐렴이 발병할 경우 과연 천안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확실한 대책이 있느냐”며 “독립기념관도 바로 옆이어서 전국의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며 도심에서도 가깝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그는 “대규모 국가격리수용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대승적으로 수용할 부분도 있지만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히고 격리수용시설 인근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중앙정부가 임기응변식으로 천안지역을 이용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가령 천안이 각종 전염병 예방과 퇴치에 있어 중심지역이 되도록 질병관리본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을 천안으로 옮겨 천안을 명실상부한 전염병 예방의 선도도시로 육성하거나 가칭 전염병관리센터 등 중앙행정기관을 천안에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격리수용시설이 위치한 천안갑구 지역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의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강동복(자유한국당) 천안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천안 절대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특히 정부의 결정은 천안시와 지역주민과 사전협의도 없는 졸속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만(자유한국당) 천안갑 예비후보는 “왜 이런 사람들을 우리 천안에 수용하려 하는가”며 충남홀대론까지 주장했다. 그는 반대 이유로 “이들이 수용되면 지역경제에 치명적이 된다”며 “천안은 교통의 요지로 전염성이 전국에 확산될 우려가 크고, 격리거점도 천안도심과 상당히 가깝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범철(자유한국당) 천안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도 29일 성명을 내고 “천안지역에 격리수용하는 것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반대가 지역이기주의 때문이 아니라며 “정부의 무능과 졸속행정의 피해가 천안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유로 메르스 사태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제대로 된 격리시설 하나 준비 못한 책임, 충남 최대의 밀집지역이며 공항에 인접해있지도 않은 점을 들었다. 그는 이같은 문제에 나서지 않는 천안지역 민주당 현직국회의원들의 부실한 대응도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천안지역 국회의원들과 여·야 예비후보들이 모두 반대결의문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신 예비후보는 29일 오전 8시를 시작으로 천안 유량동에 위치한 우정공무원교육원 정문 앞에서 지지자들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인근 이명수(자유한국당) 아산국회의원도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천안 국립청소년수련원 등을 교민 격리시설로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이 의원은 “격리시설 인근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인근 독립기념관과 청소년의 상징성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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