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찬(56·노루마기 목공예 대표)씨는 봉명동 어느 아파트단지 상가2층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업은 그의 재능속에 있었다. 손재주나 눈썰미가 빨랐던 그. 오래지 않아 세탁업계에서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 주변에서 가만 두지 않았다. 결국 상가 세탁소는 아내에게 맡기고 세탁공장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직원도 많이 두고 폼나는 명함도 팠지만, 이 일은 정작 힘만 들고 돈이 되지 않았다. 세탁공장은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
“2010년이니까, 벌써 8년 전이었나 봐요. 아버지가 목각을 하셔서 저 또한 어릴 때부터 나무냄새가 좋았어요. 오랫동안 해왔던 세탁업은 자신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저는 끝이 보였어요. 제2의 직업이 필요했죠. 고민 끝에 나온 답이 ‘목공예’더군요.”
다만 그가 추구하는 목공예는 ‘돈도 되는’ 목공예였다.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것이 도마였는데, 멋진 수제 나무도마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즐길 수 있고 돈도 된다면 노후까지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목공예 브랜드를 ‘노루마기’라 했다. 짐승에 쫓긴 노루가 산마루까지 올라간다 해서 노루막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정상’을 뜻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8년 전, 첫 시작은 말려져 있는 나무를 사다가 도마를 만드는 일이었다. 솜씨야 금방 따라왔다. 뭐든 인내심을 갖고 정성껏 하기에 ‘도마작업’은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다. 하나 둘 완성된 도마가 쌓였다. 좀 더 단단하고 향이 있는 나무를 구하고, 요령도 터득했다. 처음 만들 때보다 시간이 배는 빨라졌고 작품도 점점 고급스러워졌다.
도마를 만들면서도 발품을 부지런히 팔았다. 좋은 재료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충청도 일대 벌목현장을 누비며 나무를 구했다. 그러나 좋은 재료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 법. 나무를 찾아주고 대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한번 찾아가고, 두 번 찾아가니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렇게 그들과 친구가 되고 관계를 맺었다.
그가 말하는 좋은 목재는 퍽 까다롭지만, 나무종류로는 참나무, 느티나무, 다릅나무, 산벚나무, 호두나무 등이다. 벌목된 이들 나무들이 적당한 두께와 상태 등을 고려해 합격점을 받게 되면 공주 유구에 있는 그의 넓은 작업장에 실려와 5년에서 10년의 건조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단 나무가 단단해야 합니다. 도마로 사용해야 하니까요. 건조과정에서 터지고 뒤틀리는 것들이 있는데, 이것들도 안돼요. 향이 좋은 건 단단하지 않고요. 이리저리 까다로워요.”
그렇게 만들어진 도마가 그의 세탁소 옆 공방에 가득하다. 느티나무로 만든 도마가 많지만, 때로 참나무나 박달나무 등 만들기 쉽지 않은 재료의 도마도 눈에 띈다. “느티나무만 해도 얼마나 좋은데요. 천연항균이 되는 나무라, 벌레가 안쪽으로 침투하지 않는 나무예요.”
그가 만드는 것이 ‘칼도마’만은 아니다. 주부들이 음식을 할 때 쓰는 칼도마를 중심으로 하되 빵도마, 플레이팅도마, 함지, 냄비(찻잔)받침까지 다양하다. 그의 정성과 노력과 솜씨가 박힌 수제지만 다른 수제보다 가격은 저렴한 수준이다. 칼도마는 4만원에서 8만원 정도, 빵도마는 1만5000원에서 3만원, 함지는 8만원 이상, 받침은 3만원 미만으로 대략 형성돼 있다.
그간 좋은 재료를 구해 만들고, 다양한 디자인과 솜씨를 부려 ‘완성도’를 높이는데 신경써왔다면 최근에는 판매망에 집중하고 있다. 온라인쪽으로도 상담해보자는 연락이 오고 있다.
“혼자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라 대량판매는 당장 어렵습니다. ‘한정판’ 식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죠. 일단 써보시는 분들이 만족스럽다면 지속적인 주문이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노루마기 도마’로 이름을 걸고 싶다는 것이 홍씨의 희망이다.
문의: 010-7421-2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