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 종축장(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이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검토용역에서 ‘완전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성환 종축장이 시작된 역사는 1915년. 그로부터 103년이 지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주변환경이 변하니 종축장도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5월28일 성환 종축장을 다녀간 이낙연 국무총리는 SNS를 통해 종축장이 다른 지방으로 이전된다는 걸 알렸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라 방역이 어려워지고 부지는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환 종축장 이전사업은 올해 이전 기본계획과 이전후보지 선정용역을 동시진행하고, 내년에 ‘이전 종합계획수립 용역’을 거쳐 2020년부터는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 지난 7월18일에는 이전부지 활용방안을 주제로 ‘천안미래발전포럼’의 2차포럼이 개최되기도 했다. 천안시와 국토부, 충남도, 충남연구원, 외부전문가 등이 참석해 종축장 이전부지 특성과 관련 정책 검토, 부지 활용방안 등을 토론했다.
종축장 이전 결정에 누구보다 종축장이전추진위원회의 기쁨은 말할 수 없다. 1995년 9월16일 발족한 이후 23년동안 한결같은 활동으로 값진 열매를 맺는데 일조했기 때문이다. 정재택 축산자원개발부(종축장) 이전추진위원장을 통해 성환 종축장의 어제와 오늘, 추진위의 활동상황을 들어봤다.
이전추진위가 발족된 1995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해온 기록을 보전해온 앨범이 책상 한쪽에 가득 쌓여있다. 그는 종축장과 관련된 부동산 한 평 없다며 “깨끗하니까 20년 넘게 추진위원장을 해올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이전 추진위원회가 발족된지 오래 됐군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해 오셨는데?
-네. 벌써 23년이 되었네요. 1995년도 발족될 당시 충남도의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던 때였죠. 제 사무실에서 발족식을 갖고 참으로 많은 활동을 해오며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당시 이근영 천안시장을 명예회장으로 삼고 민·관이 협력해, 이제 이전결정까지 이끌어냈으니 실로 감개무량합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에 나오셨을 때도 종축장 공약을 내걸으셨죠?
-맞습니다. 정부측이 종축장 이전에 한결같이 단호하게 ‘이전불가’를 이야기해왔기 때문에, 정치인들 어느 누구라도 관련공약을 내걸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처음부터 이전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해왔고, 당연 ‘종축장 126만평 이전’을 대표공약으로 내세웠죠.
▶이전 추진위원회가 발족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100년 전 종축장이 성환에 들어설 때는 얼마나 반겼는지, 또는 반대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한때 성환이 축산지역으로 이름을 떨칠 때도 있었죠.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종축장은 성환지역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어요. 방역문제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막혔고, 종축장 또한 지역사회에 도움을 베풀만한 위치에 있지도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천안에 개발붐이 불어오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고, 급기야 이전을 강력히 원하게 된 겁니다.
▶각계 반응은 어땠나요?
천안 시행정은 처음부터 우리와 손을 잡았죠. 지금 생각하면 가장 고마운 곳이 시행정이지요. 이근영 시장부터 성무용 시장, 구본영 시장까지 모두 ‘이전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열심히 도왔죠.
처음 이전추진위가 정부쪽에 이같은 이전 당위성을 언급하자 ‘미친사람’ 취급하듯 했습니다. 아무리 관계 장관과 차관 등 관계자를 면담하고 각종 토론회와 탄원서에 지역주민들 서명까지 해도 꿈쩍도 안했지요.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는 냉혈한 같이 보였어요.
성환 종축장 이전추진에 20여 년 열과 성을 다해 뛰어온 정재택 위원장의 국민통합연구소 사무실.
▶그런데 정부는 언제부터 흔들린 건가요?
-우리가 보기에 아마 2013년 박근혜 정부때인 거로 생각됩니다. 성무용 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당 소속이었고, 그간 끊임없이 관계자들을 면담한 것이 물꼬가 되지 않았을까 해요. 물론 시대도 바뀌었고 주변환경도 바뀌었죠. 100년 전, 50년 전, 그리고 20년 전에는 종축장이 문제가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천안시가 개발되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변화’의 필요성이 감지된 거죠. 막말로 주변을 보세요. 주변지역인 직산이나 둔포, 평택, 당진 등 모두 개발되고 커졌는데 성환은 40년 전 인구보다 감소됐고 저녁 8시만 되도 거리는 암흑으로 변합니다. 2013년 정부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지난 7월18일 종축장 이전부지 활용방안을 놓고 ‘천안미래발전포럼’ 2차포럼이 열렸다.
▶좋은 기회가 찾아왔군요.
-네. 우린 또다시 천안시민 서명(1만6300명)도 받고 거리현수막도 100개씩 만들어 도배하다시피 했죠. 2015년에는 성환문예회관에서 시민대토론회도 열었고요. 진흥청장, 총리실, 청와대비서실 등 닥치는 대로 방문하고 면담했어요. 그런 노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선거에 공약을 걸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들이 정당 상관없이 관심을 가졌어요.
▶이젠 이전이 확실시됐는데 추진위나 성환주민들이 바라는 건 뭔가요.
-지금 국토연구원을 통해 연구용역중에 있는데, 올해 안에는 이전지가 결정나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우린 이전지가 수용태세가 잘 갖춰진 곳이길 원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전준비에만 또다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니까요. 우린 하루라도 빨리 이전되길 바랍니다.
▶종축장이 이전되고 나면, 이곳은 어떤 용도로 활용되길 바라나요.
-용역결과 부지 활용방안으로 반려동물 연구·진흥이라든가 복지·치유 축산연구, 국가 초지·사료나 가축개량 거점연구 등 축산연구 인프라 구축방안이 제시됐죠. 또한 천안시가 건의한 4차산업혁명 첨단산업 핵심거점 육성이나 전통국가정원 조성, 미래농업연구개발특구 조성 등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성환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은요?
-우리가 원하는 쪽은 천안시처럼 첨단산업단지입니다. 여기에 전통국가정원 등이 결합하면 더욱 좋겠지요. 개발만 돼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상권만 형성되면 좋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살고싶은 정주여건을 위해 부단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은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이곳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