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월 8쇄/ 아키아나 크라마리크 글그림, 유정희 옮김
-아키아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10살짜리 화가이자 시인이란다. 4살 때 첫 그림을 그렸고, 8살 때 첫 작품을 1만달러에 팔았다. 아이다호 주에서 부모님과 세 형제들과 살고 있다.
내가 주목한 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가로서의 천재성이 아니었다. 신과의 조우, 그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님과 만나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수많은 목사와 크리스찬들도 못한 교제를 꼬마아이가 하고 있다는 것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그녀가 4살 때 엄마와 나눈 이야기 한토막.
<엄마, 오늘 하나님을 만났어요. 하나님은 빛이에요. 따뜻하고 좋은 빛. 하나님이 누구냐고 묻자, 빛이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다.>
또다른 날
<빛이신 하나님의 집을 엄마에게 보여줄 수 없어요. 얼마나 큰 지 몰라요! 그것은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안의 동그라미, 동그라미, 또 동그라미 같아요. 하나님이 거기 살고 계세요. 벽은 유리같은데 유리는 아니에요. 물은 핑크색, 보라색, 그리고 여기서는 찾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색깔이에요. 거기선 나무와 풀들이 초록색이 아니에요. 거기서는 음식을 먹어도 화장실에 가지 않아요. 식물들이 움직이면서 노래를 불러요. 동물들은 제 말을 듣고 저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엄마가 꿈 이야기를 조금만이라도 해달라고 하루종일 졸랐지만 아키아나는 들어주지 않았단다. 6주 정도가 지나 아키아나는 결국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었고, 엄마나 아빠는 이제 아키아나가 어떤 사건들을 그냥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8살때의 어느 날
<하나님과 함께 있었어요. 계속 기도하라는 말씀을 들었어요. 하나님이 살고계신 곳을 보여주셨는데, 그곳은 아주 밝았어요. 그분은 하얀 것 중에 가장 하얀 것보다도 더 하얘보였어요. 투명한 계단으로 올라갔는데 그 아래 세차게 흐르는 폭포가 보였어요. 거기 천국에서 하나님께 다가갔는데, 그분의 몸에선 순수한 빛이 났어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분의 거대한 손이었어요. 그 손엔 지도와 사건들이 가득했어요. 그때 하나님이 두루마리에 적힌 수천가지 지혜의 말씀들을 외우라고 하셨어요. 하나님께서 저에게 끝없는 우주를 보여주셨어요.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요. 그리고 저에게 이제부터 아주 일찍 일어나서 저의 사명을 위해 준비하라 하셨어요. 엄마가 무슨 사명이냐고 묻자, 지금은 그 사명을 이해할 수 없어요. 한다.>
그녀의 시 일부.
우리는 목이 말라 생명없는 잔치에서 떠난다.
면류관에는 먼지들이 쌓이고
공허한 시간들이 땀흘리는 시간을 빼앗아간다
우리가 믿을 때 누가 우리의 믿음을 치유해줄까
/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물수리들이 무지개를 찾는 것처럼
우리는 혼자서 거룩한 힘을 찾고 있다
말벌들에게 둘러싸여 우리는 하나님의 그림자 속에서 걷는다
만일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죽으면-우리는 집으로 가는 것이다
또다른 시에서는
시간을 넘어서 사랑은 무한성을 갖고
시간 안에서 사랑은 사람을 데려온다
누구나 고통이 있어야만 겸손해지며
허리케인에서 무지개가 손처럼 뻗어나온다
하지만 글은 더 이상 하나님의 신비로운 정보를 전해주지 않는다.
더 깊이, 더 많이 알고자 하는 지적호기심은 진행되지 않는다.
아쉽다. 그녀가 하나님을 봤다면, 목소리를 들었다면, 하나님의 집을 봤다면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거짓말일까? 아님 착각하는 것일까?
-엄마가 7살짜리 아키아나에게 묻는다. 혹시 어디서 시를 보고 외워둔 거니?
=혼자서 쓴 거에요. 기도를 하니까 갑자기 머릿속에서 단어들과 형상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인데, 사실이에요. 솔직히 저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9살짜리 아키아나는 오프라윈프리 쇼의 ‘세상에서 가장 재능있는 아이들’이라는 코너에 출연요청을 받았다. 개인전시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화려한 인기를 누렸으며, 감동을 받은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즉, 꼬마아이의 화가로서의 천재성. 그러나 그 전에 하나님과 조우하는 인간으로서 감격하고 있었다. 한 장애인은 몇 년만에 휠체어에서 일어나 아키아나와 사진찍기도 했다 한다.
85쪽. 하지만 한편으로 의심의 한자락을 떠올린다.
캔버스 위에 있는 한 행성에 대해 엄마가 묻자, 새로운 세상이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는 사실. 두려움도, 미움도, 배고픔이나 고통도 없을 거란다. 오직 사랑만 있는…. 예수님이 은하계를 보고 있냐니까 그건 예수님 뒤에 있단다. 예수님이 뭘 보고있냐고 물으니 내일 이야기한단다. 엄마가 재차 물어보니 “엄마, 엄마는 상상력이 없어요. 제발, 내일 얘기해요.”
엄마가 상상력이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의심을 떠올리면, 아키아나는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던 걸까? 예수님과 하나님이 세상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거나, 하나님이 계속 기도하라고 하셨다거나, 하나님이 우주를 보여주셨다거나 등등은 지어낸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난 화가로서의 접근보다 ‘하나님과의 조우’에 관해 많은 신학자와 과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증명론자, 논리론자, 철학자, 존재론자, 분석학자 등등이 아키아나를 통해 밝혀내기를 바란다. 신과의 만남에 대한 관심이 적은 건지, 그런 노력이 충분히 있어왔는데 알려지지 않은건지 궁금하다. 왜 내버려둘까? 왜, 왜, 왜. 엄마와 아빠는 아키아나에게서 삶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자세히 듣고, 그녀의 상상이 아닌 진실임을 믿었다고 했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들은 걸까. 녹취는 해놓은 걸까. 들었으면 어떤 내용인지 왜 공개하지 않았을까? 역시나 거짓이거나 상상속의 주관적 믿음에 그칠까? 궁금증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