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디 찍을 겨?”
“무조건 민주당 찍을 거야. 생각할 게 뭐 있어? 이젠 안믿어.”
그야말로 민주당 세상이다. 천안은 시의원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으로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양분하고 있는 천안정치. 지난 도의원선거에서 이들 정당은 각각 4석씩 가져갔지만, 4년이 지난 이번 6·13선거는 자유한국당의 완패로 끝이 났다. 10석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했으며, 그것도 두배 안팎의 지지율을 차이를 보였다. 정당지지율이 후보지지율로 등식화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이진환을 제외하고 다시 도전한 3명(홍성현·김동욱·김문규)이 모두 낙마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에 도전한 김종문 외 유병국·오인철·이공휘·김 연(비례대표)이 연이어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1선거구는 김득응(더불어민주당)과 홍성현(자유한국당)의 재대결이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지난 선거에서 12% 차이로 홍성현이 있겼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김득응이 13% 차이로 승리했다.
천안시의원 중 세명이 도의원선거에 나섰으나 명암이 갈렸다. 김은나(더불어민주당)는 8선거구에 안착했지만 노희준(자유한국당)과 안종혁(바른미래당)은 각각 2·3선거구에서 패배했다.
한편 천안지역은 아파트가 많은 서북구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높고, 농촌지역이 많은 동남구가 자유한국당 지지가 높은 걸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선거에서 동남구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5.5%가 더 높았으며 서북구는 민주당이 1.3% 더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두 정당이 비슷한 지지율을 받았는데, 올해 선거에서 민주당은 28%를 더 받게 됐다. 동남구만 따져봐도 자유한국당이 31.7% 지지율에 그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1.7%로 큰 격차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에게 그나마 다행한 건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단 한국당이 못해서 발생한 정치현상. 다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졌다.
‘두명이나 배정된’ 당진 도비례대표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도의원 비례대표는 더불어민주당 2석, 자유한국당 1석, 정의당 1석으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황영란(53·홍성군) 전 충남도당 장애인위원장과 이계양(55·당진시) 현 민주당 국토정보화진흥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은 김옥수(58·서산시) 충남여성단체협의회장이 의원배지를 달게 됐으며, 정의당에서는 이선영(42·당진시) 이정미대표 노동특보가 도의회 입성을 알렸다.
지난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2석씩 가져갔었다. 천안에서는 김 연 전 민주당충남여성위원장이 활동했으며, 이번에는 지역구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역구의원이 2명뿐인 당진은 비례대표 2명이 추가되면서 지역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정당’이 왕노릇 하는 지방선거
변수가 없다?
이변이 없는 게 가장 아쉽다. 천안도의원 10개 선거구중 9개 선거구가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양자대결로 치러졌다. 3선거구만 오직 바른미래당 후보가 나섰는데 10%를 얻는데 그쳤다.
바쁜 현대인들. 한꺼번에 대여섯개의 무더기 선거가 치러지자 인물 됨됨이를 살펴보는 일은 남의 일이 돼버린다. 결국 여당이냐 야당이냐, 또는 민주당이냐 한국당이냐에만 관심 두는 상황에서 제대로 선거가 될 리 없다. 10개 도의원선거 모두 민주당이 차지한 것만 봐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언제부턴가 ‘정당’의 힘만 쳐다보는 시대가 되었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조차 꺾였다. 법에서도 일정 지지율 이상만 선거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자칫 도전했다가는 수천, 수억원의 살림살이가 거덜난다.
‘시민참여정치’를 외치지만, 경선에서조차 시민의 입김은 크지 않다. 여차하면 전략공천을 들이대고, 일반인들의 낮은 참여도를 악용해 해당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되도록 편법도 마다 않는다. 후보들이 하는 일은 거리에서 인사하고 악수하는 일이 전부. 아마 이번 선거는 그것조차 안해도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뽑혔을 것이다. 선거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천안, 매번 투표율이 낮은 이유?
전국 투표율은 60.2%, 충남 투표율은 58.1%를 보였다. 대구가 57.3%로 제일 적고, 전남이 69.3%로 제일 높다. 천안은 동남구가 50.3%를, 서북구가 53.5%를 보여 전국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 전국 평균투표율과는 8% 이상 차이가 난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예전부터 항상 전국 최저를 맴도는 지역이기도 하다.
투표율이 낮은 이유로 ‘외지인’을 들 수 있다. 천안은 90년대 중반부터 점차 급성장을 이룬 도시로, 외지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로 인해 지역의 특성보다는 ‘다양성’ 측면에서 부각되는 지역이며, 정주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기도 하다. 당연히 지역에 대한 애착이 적을수록 투표율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시행정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목해 머무르는 지역, 살기좋은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머물러 살 만한 곳이면, 자연히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다.
무소속이 사라졌다
이번 천안 도의원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사라졌다. 10개 선거구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싸움판. 3선거구만 정병기(민주당) 58%, 김동욱(한국당) 32%에 안종혁(바른미래당)이 경합해 10%를 얻었을 뿐이다.
무소속이 없어진 건 언제부터일까. 지난 4년 전 선거만 해도 8개 선거구에 5명이나 도전했었다. 여기에 소수정당에서 4개 선거구에 사람을 내보냈다. 그러나 개표결과 이들의 지지율은 평균 5%대. 가장 많이 받은 후보가 7%를 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아무도 도전자가 없다. 소수정당이나 무소속으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