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앵초, 봄구슬붕이, 복수초, 처녀치마, 노루귀, 현호색, 너도바람꽃, 노랑붓꽃, 자주괴불주머니, 백작약, 남산제비꽃, 물봉선, 노루오줌, 패랭이꽃, 비비추, 참꽃마리, 섬쑥부쟁이….
홍융표 회장이 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구상에 꽃피는 식물이 25만종이 있는데 한국에는 3500종쯤. 이들 대부분이 ‘야생화’라는 이름을 달고 산다. 야생화(野生花)는 말 그대로 들이나 산에서 나고 자라는 꽃을 말한다. 때로는 뜨거운 햇볕과 비바람 맞으며 질긴 생명줄을 이어가니 몸집이 작고 단단하다. 화려하기보단 수수하고, 자극적이기보단 은은한 향기를 갖고 있는 야생화. 이들 야생화에 반해 평생을 취미삼아 가꾸는 사람들이 1년에 한번 꽃이 절정에 달할 4월 중순에서 5월 초에 ‘전시회’를 갖는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다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피뿌리풀이 전시장에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천안은 대표적인 야생화 모임이 ‘천안시야생화연구회(회장 홍융표)’다. 이들은 올해도 250여점을 갖고 18일(수) 천안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멸종했다고 알려진 ‘피뿌리풀’이 전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안 강명자 회원이 몹시 민감한 피뿌리풀을 재배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홍융표 회장 등 몇몇에게만 분양했다 이번 전시회때 원하는 이들에게 분양하게 됐다. 홍 회장은 “제주도에서도 10포기 정도 분양해 갔다”고 귀띔한다.
첫날이라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평일이기도 했고, 주변에 있는 온갖 풀, 나무, 꽃들이 가장 싱그러울 때이기도 하다. 그래도 수십종의 야생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냥 야생화도 아니고 주인이 어떻게 키웠는가에 따라 기기묘묘 개성을 띠고 멋과 향을 품어내고 있으니…. 회원들과 다양한 야생화동우회와 관계자와 일반시민들이 알음알음 찾아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야생화들이 다시 강인한 생명력으로 피어나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그냥 꽃이 아니에요. 새봄의 행복한 기운이 가득 담겨 있어요. 이 기운 가득 담아가시길 바랍니다.” 홍융표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은 관람객들에게 야생화를 소개하며 덕담을 건넸다.
한쪽에서는 몇몇 사진작가들이 야생화 찍는데 집중하고 있다. 꽃 있는 곳에 벌과 나비가 있다고, 아름다운 야생화는 사진작가들을 유혹한다.
요즘은 선거철, 정치인들도 야생화를 보러 오면 좋겠다 싶다. 꽃을 보러 오라는 것이 아니라, 꽃에게도 배워가길 바란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다.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10일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좋다한들 머지않아 세력이 꺾이는 것이니 마음 굳건히 먹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 정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번 야생화전시회는 4월22일(일)까지 열린다. 관람뿐 아니라, 포트묘에 키운 10여가지 야생화는 저렴하게 사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