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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못자리판이 다 죽었다

등록일 2001년05월19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초여름 길목엔 농민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있다. 이른바 영농철. 모내기철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다들 바쁜 모습으로 들녘을 손질하고 모판을 점검하며 모심기 차례를 기다린다. 3∼4월 가뭄에 양수기로 논물을 대는 곳도 보이지만 뿜어올리는 것만큼 빠져나가는 논물을 보면 쉽게 해갈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못자리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는 농민도 있다. 김철기씨(54·천안시 신방동). 김씨는 4월 중순과 5월 초순에 걸쳐 두 번이나 못자리판을 만들었지만 자라지도 못하고 누렇게 떠버린 모를 바라보며 이것이 ‘내 작품’인가 하며 씁쓸. 더구나 바로 옆, 파릇파릇 쑥 자란 남의 못자리판을 바라보면 더욱 초라해 맥주로 속풀이만 해댄다. 김씨는 ‘엉망’이 된 작품이 상토(床土?모판흙)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작년 것보다 값이 싼 상토 50포를 구입해 못자리판을 만들었는데 안됐어요. 관리부실인가 싶어 또다시 50포를 샀는데 마찬가지지 뭡니까.” 예년에도 계속 구입해 써왔던 상토가 올해 모 회사것으로 바꾸자 못자리판 전체를 버린 것이다. 주변 농민들도 이구동성 상토 문제로 단정지었다. 시 관계자도 현장을 살펴본 후 고개를 갸웃갸웃. 상토에 의혹을 제기했다. 상토를 공급한 모 회사는 그곳의 상토를 성분분석 의뢰해 놓고 “상토 문제는 아닐 것이며, 다만 거래농가의 피해를 좌시할 수 없다며 못자리 4백판에 대해 모심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공급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용식(천안시 신방동)씨는 “만약 상토에 이상이 있으면 김씨 이외에도 피해자가 많을 것이니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고, 김씨의 관리부실이라면 김씨를 비롯해 이 문제에 공감한 농민들의 오해를 풀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급회사측에서뿐만 아니라 김씨 측에서도 그곳 상토에 대한 성분분석을 의뢰, 그 결과로 시비를 가리기로 했다. 김씨는 벌써 모내기를 끝낸 옆 논을 바라보며 사뭇 고민이 크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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