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성(性)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남성사회 중심에서 여성은 평등을 주장해왔고, 이제는 평등보다 ‘공평’한 사회를 꿈꾼다. 평등이 똑같이 나누는 것을 뜻한다면, 공평은 적절하게 나누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는 ‘성(性)인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평등한 힘 없이는 공평한 나눔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약자적 성(性)은 바로 여성이다. 일찍이 양성평등사회를 구현해오고 있는 서양도 성차별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남성사회로부터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뒤늦게 시작된 우리사회는 그 차이가 심하다.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은 근본적으로 남성의 우월주의에서 비롯된다. 이같은 문제가 없어질 때 남녀가 평등한 사회가 가능할 것이다.
‘여성이 건강한 사회’ 꿈꾸며
이.취임식이 끝나고 임원들과 함께.
지난 1월2일 충남여성복지시설협의회 8대 상임대표가 된 노정자(남성의소리 대표) 소장. 천안에서 2004년 가족성장상담소를 꾸려오다 이번에 충남도내 35개 여성복지시설 141명의 대표가 됐다. 이들 시설들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를 예방하고 폭력을 근절시키며 피해자를 보호한다.
노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며 “협의회 활동이 힘들기는 하지만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1월 취임하자마자 신년교례회를 갖고 도 정책관간담회를 가졌다. 앞으로도 두달에 한번 임원회를 갖고 두 번의 종사자 역량강화, 그리고 여성폭력 예방을 위한 카운슬링페스티벌을 계획 중이다.
노정자 대표가 운영하는 가족성장상담소 '남성의 소리'. 가정폭력, 성폭력 등의 여성문제가 결국 남성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생각에 남성이 귀기울여줄 것을 촉구하는 이름을 지었다.
노 대표가 짧은 2년 임기동안 중점을 둔 것은 종사자들의 ‘역량강화’와 ‘처우개선’이다.
“종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해요. 여긴 고차원적인 전방업무를 맡고 있는 곳이에요.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를 다루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요. 게다가 예방업무만 보는 게 아니라 사고발생 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일이지요.”
한마디로 ‘야물딱’지게, 부지런히 일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다. 그만큼 ‘사례연구’ 등을 공부하고, 맞춤 대화기법을 익혀야 하고 다양한 상식을 겸비해야 한다. 부족한 상태로 시작하더라도 스스로 발전해가지 않으면 자리에 ‘바늘’이 돋아난 것처럼 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첫째도 역량, 둘째도 역량, 셋째도 역량 강화랍니다.”
역량강화만큼 중요한 게 또 있다. 바로 ‘처우개선문제’다. 그들의 바람은 일반근무자 여건을 들먹이지 않는다. ‘사회복지사 수준’ 정도로 포부(?)가 작다.
“24시간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설, 긴급피난처,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위기에 대응하는 최전방에 종사하면서도 20년 가까이 근무한 시설장이 임금 200도 안되는 현실입니다.”
지난해부터 10만원씩 오르고 최저시급 등으로 일반 사회복지기관과 격차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20~30만원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시설장도 열악하지만, 가까이에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보기가 안타깝다. 조금씩 바뀌는 사회적 인식에 기대보는 수밖에...
‘최소한’의 만족이 있는 일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노 대표. 가정폭력이든 성폭력·성매매의 원인은 어린시절로부터 시작되는 예가 많다며 “교육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가치있게 살아갈 것인지를 배우고 ‘준비된 부모’가 되는 것이 이들 문제로부터 멀어지는 일”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