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 딸랑~”
“좀 더 뒤로 비키세요. 위험하니깐….”
내년 말이면 입체화사업 착공에 들어가는 눈들건널목.
용곡동 눈들철도건널목. 철도원은 부리나케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통제한다. 차단기가 천천히 내려오고, 준비는 끝났다.
멀리서 기차가 천천히 다가오는가 싶더니 가까이 이르러서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차단기가 다시 올라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러나 차단기는 멈춰있다.
잠시 뒤 맞은편에서 또한대의 기차가 지나갔다. 그제서야 차단기는 올라가고 철도원은 안전하게 철길을 건널 수 있도록 사람과 차량을 지휘했다.
눈들건널목 입체화사업 추진
천안에서는 하나뿐인 경부선철도 용곡~청수동간 눈들건널목이 사라진다.
천안은 철도원이 지키는 5곳의 철도건널목을 갖고 있었지만 2010년 풍세건널목까지 4개가 없어졌다. 이제 마지막 막은 눈들건널목도 ‘입체화사업’을 위해 본격 추진된다.
지난 5월31일 천안시청 소회의실에서 구본영 천안시장과 이동렬 한국철도시설공단 충청본부장이 마주앉아 ‘경부선철도 용곡~청수동간 눈들건널목 입체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용객들의 철길 안전사고 예방과 교통불편’
철도건널목은 안전하고 빠름을 선호하는 요즘 경향에 안맞는다.
그것이 역사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천안시는 지난해 2월 입체화에 따른 노선협의를 시작해 12월 개량건널목 지정고시를 이끌어냈다.
지난 4월에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현장답사와 노선검토를 최종 마무리했다.
총사업량은 교량신설(길이320m, 폭19.15m)을 포함한 총연장 약580m에 이른다. 왕복4차로의 도로와 100m의 방음터널로 실시설계와 행정절차를 거쳐 2018년 연말 착수를 목표로 추진한다.
이에 들어가는 예산은 국가와 천안시가 부담한다. 추정되는 총사업비 369억원의 75%(277억원)는 국비로 확보하고, 나머지 25%는 천안시가 지불한다. 천안시는 올해 1회 추경에서 실시설계용역비 15억원을 편성받았다. 원래 눈들건널목은 2012년 협약을 거쳐 201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눈들건널목 입체화사업이 완공되면 천안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가동 일대 충무로 천안고가교에서 청수지하차도까지 총연장 1.4km에 달하는 도시계획도로(중로1-14호선) 개설사업과 함께 주공4단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본영 시장은 “원도심 활성화와 주변지역 개발에 편승한 교통환경을 개선해 우리 시민들의 생활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새로운 도로개설로 용곡동, 다가동 지역에 좋은 변화바람이 불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고는 줄어들어 좋겠지만…
1969년 1월31일 경부선 천안역 남쪽 500미터에서 정차중인 완행열차와 서울행 청룡호가 추돌해 41명이 사망하고 102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설이 내렸던 천안역.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던 부산발 서울행 열차가 250미터를 앞두고 완행열차를 발견, 급제동했으나 추돌을 막을 수 없었다. 당시는 폭설로 서행운행했어야 했지만 이용객이 많아 무리하게 정상운행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알려졌다.
철도건널목 사고도 있었다.
1970년 12월20일에는 시외버스가 안성선 철도건널목에서 졸음운전으로 건너다가 천안행 여객열차와 충돌해 2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1981년 12월에는 인근 아산 신창과 학성 사이 장항선 철도건널목에서 일단정지를 무시한 시외버스가 서울행 열차와 충돌해 버스승객 16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철도건널목에서 크고 작은 열차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천안인구가 늘고 도심이 확장되면서 ‘철도건널목’은 점차 불편스런 존재가 돼버렸다. 간간이 사고라도 발생하면 사람들은 ‘당장 개선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역사와 추억을 지켜내기 보다는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건널 수 있는 길을 필요로 했다. 그같은 환경변화에 따라 하나, 둘 철도건널목이 사라져갔다.
전국에서도 철도사고로 손꼽히던 풍세건널목은 2010년 입체화사업과 함께 사라졌다.
가장 최근에는 도심과 풍세·광덕을 이어주던 ‘풍세건널목’이 폐쇄됐다. 2010년 7월26일 청수지하도가 개통되면서 더 이상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도 통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풍세건널목은 지난 1968년 1종(유인)으로 변경돼 1979년 건널목 초소가 설치됐고 1982년에 전동차단기로 바뀌며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공존해왔다.
이곳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사고로 전국에서도 ‘유명세(?)’를 탄 곳이다.
2001년 안전관리공단과 철도청이 전국 건널목 취약지역 100곳을 선정, 그중 5개소에 시범적으로 입간판을 설치했는데 매년 2건 정도의 사고가 발생하는 풍세건널목이 선정됐다. 2001년에도 풍세쪽에서 달려오던 자동차가 차단기를 밀치고 기차와 부딪쳐 사망한 바 있다.
봉명역 앞 철도건널목이 있던 자리.
성정동 하릿벌 철도건널목 자리.
온양나드리 철도건널목 자리.
풍세건널목이 없어지면서 눈들건널목은 천안의 유일한 철도건널목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8년만에 폐쇄될 전망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31일 눈들건널목의 철도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평상시 하던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철도청에서 직접 운영해왔던 예전과 달리, 2008년쯤 첫 위탁용역을 통해 이곳 근무를 맡게 됐다는 철도원은 내년 폐쇄될 때까지는 근무 10년을 채우게 될 모양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젊은 사람들은 철도레일에서 사진찍는 걸 좋아해,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는다”며 “이제는 그런 것들도 한갓 추억일 뿐”이라고 말한다.
시대가 빨리 변화하며, 예전 것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동네극장도 이발소도, 작은 책방도 보기가 힘들어졌다.
하나쯤은 철도건널목이 남아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지만, 편리함과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이같은 바람은 손가락질 받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