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를 통한 의원 임기는 고작 1년. 게다가 선거기간이 다가오면 의회 활동도 폐업수준에 이른다. 당선자에겐 단 몇 개월의 의정활동이 기다리고 있지만, 짧은 기간 소소한 마무리 외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내건 공약사항은 빼곡하다. 임기 안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들이 상당하다.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그건 시행정이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불가능한 공약이나 숟가락 올려놓기식 공약이 주를 이룬다.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신뢰를 잃고 있으니 믿어달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나선거구(문성·신안·일봉·중앙)
나선거구는 무공천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빠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앞선 번호를 달고 나왔다. 나선거구는 유창영(자유한국당), 안종혁(국민의당), 도병국(바른정당), 윤종호(무소속)의 경쟁이다.
유창영(45·자유한국당)은 현재 자유한국당 천안갑 조직실장으로, 박찬우 국회의원비서관도 두달간 짧게 했다. 71년생으로 ‘젊음과 열정’을 내세운 그는 공약은 무리하게 내걸지 않았다. 역세권 활성화방안이라든가 도솔공원의 효율적인 활용방안, 법원이전으로 인한 공동화 문제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정도다. 체납의 문제는 없지만, 2009년 도로교통법위반(도주차량·사고후미조치)으로 벌금 500만원의 전과기록을 갖고 있다. 공보물에는 따로 소명하지 않았다. 최근 5년간 체납부분에서도 25만8000원이 남아있었다.
안종혁(44·국민의당)은 “잘 듣겠습니다” 하는 말로 타이틀을 삼았다. 방송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홍보전문대행사 대표로서 특히 원도심 상권홍보일을 하고 있다. 소통과 현안문제에 대한 분석 및 해결방안을 찾는 데는 전문가임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공약으로는 천호지 체육공원을 중심으로 홍대거리와 같은 대학특구를 조성하겠다는 것과, 주민들을 위해 시의회에 소통창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도병국(46·바른정당)은 이미 5대·6대 시의원 경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믿음주는 일꾼이자 ‘경험많은 시의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번 7대 시의원에 도전했다가 낙마한 후 ‘택시운전’을 했다고 자랑했다. “2년여동안 천안 곳곳을 누비며 지역민심을 살폈다”며 이를 통해 와닿는 ‘생활정치’를 실천하겠다고 했다. 일봉동 주민센터 신축 등 22개의 구체적인 공약을 걸었지만 시사업과 연계된 것들이며, 그 또한 유창영 후보와 같이 도심공동화의 다각적 활성화방안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종호(55·무소속)는 기업체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시의원에 도전했다. 구본영 천안시장과 양승조 국회의원의 선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그가 내건 슬로건은 깨끗한 정치, 구도심활성화, 노인복지 정착이다. 그도 10여개의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지역공동화방안, 경로당 리모델링 추진, 일봉주민센터 신축 등 타 후보들과 비슷하다. 또한 유창영 후보와 같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받았으나, 20년 전(1996년) 일이다. 그는 소명서에 “퇴근 중 빙판길에 미끌어지면서 중앙선 침범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라고 해명했다.
마선거구(성환·성거·입장)
천안에서 북부지역이라 함은 성환·성거·직산·입장을 가리킨다. 마선거구는 직산을 제외한 북부지역에 해당된다. 이번 보궐선거는 최장온(더불어민주당), 김철환(자유한국당), 김동석(국민의당), 방성민(바른정당)의 4파전이다.
최장온(52·더불어민주당)은 농촌이 살아야 한다며 ‘농촌마을인 성환·성거·입장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사람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바꾸겠다는 공약으로는 성환종축장 이전추진, BIT산단 추진, 성거산 성지 둘레길 조성, 천흥산업단지진입로 개설, 입장천 둘레길 조성, 입장 하장리 도로개설 등으로 특별히 눈에 띄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3개 보궐선거구에서 유일하게 공천받은 후보로, 구본영 천안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보물이 박혔다.
그는 전과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1999년 관세법 위반으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몰수’를 받았다. 소명하기로는 “자신이 화물운송기사로 일할 당시 미계약 상태에서 화물운송을 의뢰받아 상차대기중에 본인의 부주의로 물품의 수출입 통관절차를 확인하지 않아 적발됐다”며 고의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김철환(자유한국당)은 36세로 마선거구는 물론이고 3개선거구 12명의 후보중 가장 젊다. 그가 내세운 구호는 ‘새로운 변화’, 그리고 ‘행동하는 젊음’이다. 사회복지사를 직업으로 두고 있는 그는 2008년부터 노인복지사업을 시작해 노인복지센터, 요양원, 노인주간보호센터 등을 맡고 있다. 공약으로는 지역별 문화거리 조성과 농업활성화 대책, 교통불편 해소, 복지원스톱서비스 운영 등을 내걸고 있다. 폭력행위(벌금 200만원)란 전과를 달고 있는데 “2005년경 야간에 취객이 부모님을 폭행해 현장으로 달려가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은 없었으나 쌍방과실로 판결난 일”이라고 소명했다. 최근 5년간의 체납액을 보면 본인에게는 없으나 직계존속(763만6000원)에게 있었다.
김동석(56·국민의당)은 법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규제는 풀고 세금은 줄이는’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금까지 10년간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고충처리와 법률상담을 하고 있다는 그는 ‘야심찬’ 공약을 내걸고 있다. 소상공인들과 기업인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들을 원점검토하겠다고 하거나,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해 세금낭비와 세금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업체 입주시 ‘근로자행복아파트’를 유치하고 상가밀집지역이나 거주시설에 무료주차장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시의원의 의정활동으로는 다소 무리하게 보일 수도 있는 ‘강력한’ 공약이다.
방성민(43·바른정당)은 ‘정체에서 도약으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천안시의 어두운 침체를 걷어내고 지역발전을 앞당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세웠다. 김철환 후보와 같은 사회복지사업을 하고있는 그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약자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재산상황에서 직계존속에 대해 ‘고지거부’를 했다. 공약은 다른 후보와 비슷하나 성환·성거·입장에 친환경주차공원 건립이라든가, 거봉포도축제를 전국민축제로 거듭나도록 집중지원하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바선거구(부성1동·부성2동·직산)
박영희(자유한국당), 강방식(국민의당), 정병인(무소속), 육종영(무소속) 네 후보가 뛰는 바선거구는 타 선거구에 비해 후보의 특성이 뚜렷하다. 박영희(52·자유한국당)는 바선거구를 포함해 3개 보궐선거구중 유일한 여성이다.
박영희(52·자유한국당)는 바선거구를 포함해 3개 보궐선거구중 유일한 여성이다. 공보물 또한 12명의 후보가 모두 8쪽을 사용한 반면 그는 유일하게 4쪽만을 이용했다. 행복연구소를 운영하는 그는 공보물의 첫장에 ‘우리동네 행복지킴이’, ‘함께 하면 행복해지는 사람’임을 강조했다. 공약은 두정도서관 기능 확대, 정년은퇴자 일자리시스템 추진, 다문화여성 취업교육지원, 아파트환경개선, 두정동 먹자골목 환경개선,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등 대부분 주변문제를 꺼내놓았다.
강방식(국민의당·58)은 시장선거에도 도전했던 후보로, 이번 시의원선거에 나오면서도 거창한 ‘부패정권 심판’을 내걸었다. 그는 “대통령이 탄핵으로 파면되고 시의원이 부정부패로 파면되는 꼴사나운 현실정치를 봤다”며 그래서 더욱 현실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내건 공약도 시장공약으로 어울릴만한 것들로, 부락별 농기계 무상지급 추진이라든가 직산산업단지 추가조성 추진, 각 부락별 특산품 개발 추진, 국·공립병원 무료화 추진, 부성지구 도시개발계획 추진 등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무공천’ 방식에 따른 탈당 후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온 두명의 후보가 있다.
먼저 박영희가 유일한 여성후보인 것처럼 정병인(44·무소속) 후보는 유일한 ‘시민운동가’다. 정 후보를 두고 정치에 뛰어든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시민운동가로 오랫동안 생활해온 그가 계속 그 길을 걸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또는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출발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그러나 정 후보는 “13년의 시민운동이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며 “그 길을 견디게 해준 것은 깨끗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도전한다”고 밝혔다. 그의 공약은 시민고충처리위원회 신설추진, 고등학교등록금 일부지원, 청년취업준비수당 지원추진, 비정규직지원센터 설립 등이다.
그리고 또다른 무소속 육종영(50) 후보가 ‘살기좋은 우리동네 만들기’를 외치며 도전장을 냈다. 그는 30여년간 천안에서 농업생산과 봉사활동으로 다져졌다고 자기를 소개했다. 공약은 특별한 게 없다. 버스정류장 증설, 업성저수지 수질개선 추진, 두정역 북부개찰구 설치추진, 삼은저수지 생활체육공원 조성 등 대부분 시행정 사업과 연계돼 있다. 그는 공보물에 시장및 국회의원과 찍은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렸다. 그 또한 전과를 갖고 있는데 2012년 말 음주운전(벌금 300만원)에 따른 것으로, 별도 소명하진 않았다. 또한 최근 5년간 체납액에서도 136만6000원이 체납돼 있었다.
<김학수 기자>
<보궐선거 관심사항>
12명의 후보, 유일한 무엇?
12명의 후보중 박영희는 유일한 여성이다. 이 때문에 병역사항도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됐다.
반면 11명의 남성 중 김동석은 유일한 미필(병종 제2국민역)로 나타났다. 김철환(36)이 나이가 가장 어리고, 강방식(58)이 제일 많다. 재산은 육종영(-3억8000여만원)이 제일 적고, 최장온(15억원)이 제일 많다. 시의원 경력을 갖고있는 후보는 도병국(2선) 후보 뿐이다. 오랫동안 시민단체 사무국장을 맡다 정치계로 입문한 정병인은 유일한 시민운동가이며, 시장선거(또는 국회의원선거)에 도전해본 후보는 강방식이 유일하다.
유명인과 인증샷 ‘공보물 활용’
후보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유명인사(?)와 함께 인증샷을 올린다.
나선거구는 4명의 후보가 서로 짠 것처럼 인증샷을 배제했다. 반면에 마선거구는 인증샷이 많이 보인다. 최장온(더불어민주당)은 박완주 국회의원, 구본영 천안시장을 크게 사용했으며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작은 사이즈로 넣었다. 김동석(국민의당)은 뒷면에 안철수 대통령후보와 함께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방성민(바른정당) 또한 유승민 대통령후보와의 인증샷을 자연스럽게 올렸다.
바선거구는 강방식(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통령후보와 찍은 사진을 넣었고, 육종영(무소속)은 박완주 국회의원 및 구본영 천안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실었다.
전과5명 ‘3명은 해명’
12명의 후보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는 5명이나 된다. 이중 대부분이 교통법규 위반에 해당된다. 마선거구에서는 유창영과 윤종호가 전과기록을 갖고 있다. 유창영은 도로교통법 위반(도주차량·사고후미조치)으로 2009년 벌금 500만원을 받았다.
윤종호는 1996년 교통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받았으나 빙판길에 미끌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해명했다. 마선거구도 2명의 전과기록을 보였다. 최장온은 1999년 관세법 위반으로 징역1년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김철환은 2006년 폭력행위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으나, 취객남녀가 부모님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면서 발생한 일로 해명했다. 바선거구는 육종영이 2012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받았다. 전과결과만으로는 오해될 소지가 있는 후보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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