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꺄악” 소리가 난 것 같다. 평소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멈칫 했다.
유리문 너머 여성들의 시선이 단번에 쏠린다. 본능적으로 뒤로 한발짝 물러났다. 한 여성이 나오고, 그제서야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다. 상반신을 살짝 드러내고 실습중이니 벽면쪽만 쳐다보란다. 눈을 가린 채 납치범에 끌려가는 느낌이 이럴까. 이곳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취업을 위해 피부관리 전문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장이었다. 민감한 이유가 있었다.
외국인 여성주부들이 즐겁게 피부관리 전문교육을 받고 있다.
모두가 자격증 따는 소망을 갖는다
‘행복한다문화가족연합회(회장 한영신)’는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그건 다문화가족들의 일자리 문제였다. 대부분 남편 따라 한국에 들어와 사는 외국인여성주부들은 일거리 찾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거였다. 특별한 기술이 없다보니 공장일 등 단순노동이나 식당 서빙일이 대부분. 힘들고 몸도 고된데다 오래 일해도 월급이 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이들에게 국가자격증을 따게 만드는 것이었죠.”
한영신 회장은 이들 주부들이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국가자격증을 따면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적당한 노동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2015년 말쯤부터 그같은 생각들이 공유됐으나, 주변의 도움을 찾지 못해 망설이는 시간들. 그러다 2016년 3월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역산업맞춤형일자리산업’이란 이름으로 피부관리 전문교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사업기간은 1년으로, 6개월의 교육과정 등을 거쳐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데까지 지원하게 된다.
20명의 다문화 여성주부들을 모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들이 원해오던 일이지 않던가. “어제(4월3일) 개강식을 가졌어요. 9월까지 교육을 거쳐 수료하게 되는 거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지만, 한영신 대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다문화가족들 중에는 불안정한 생활속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일자리가 생기면 곧바로 그만 두는 경향이 있다. “몇개월만 버티면 안정되고 좋은 직장근무가 가능한데도 당장의 생계가 급하다 보니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어요. 이 부분마저도 정부가 맞춤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또다른 여성은 가정에 입원환자가 발생해 보호자로 있어야 한다면 그만 뒀다. 출발선상에서 벌써 두명이 빠져나갔다.
개중에는 무책임한 여성도 더러 있다. 그런 여성들의 형편을 살펴 제대로 조언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 회장은 마음을 다잡지 못한 여성에게 엄히 이야기했더니 이젠 착실히 다녀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한다.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첫 기수가 피부관리 전문교육을 제대로 수료하고 국가자격증을 따서 당당히 취업하면, 이후 좋은 선례가 되어 지속적인 운영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교육에 임하는 외국인 여성주부들의 표정이 밝다. 본인이 인내를 갖고 노력한다면 먼 타국에서도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무엇보다 가정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행복한 일이 될 거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