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 김경희(56) 민화작가가 모처럼 전시 나들이에 나섰다.
3월15일까지 천안시청 지하갤러리에 민화전시를 가진 그는 다시 동남구청 별관 한뼘미술관에서 30일까지 개인전 ‘민중민화’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월오봉도, 능행도, 행렬도, 책가도, 풍속도, 까치호랑이, 미인도 등이 그려진 병풍·액자·족자형 작품 30여점이 전시됐다. 동남구청 한뼘미술관을 운영하는 천안문화재단측은 행복추구의 소망이 담긴 민화를 통해 해학과 인성, 따뜻한 예술세계를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민화’는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해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해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민화를 정의해놓은 것을 보면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 없이 모든 한국 민족들이 그린 그림’으로, 또는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이 표현된 민족화’, ‘평민·서민의 습관화된 대중적인 그림’이라고도 했다.
김경희 작가는 “세상에서 복 받고 오래 살기를 바라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사회의 산물”이라고 소개했다.
“민화는 내 삶의 전부”
김경희 작가는 “그림에 미친 사람 소릴 듣고 살았다”고 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민화에 빠져들었다. 우물처럼 넓이는 모르고 깊이만 알았다. 밥먹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붓을 들었다. 손가락에 쥐가 나길 수천·수만번.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파 밤이면 신음하며 주물러야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50이 되고 보니 ‘개인전’도 한번 열지 못한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마땅한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했어요. 그래도 잘 배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민화부문 무형문화재이신 조찬형 선생이 ‘보기드문 명인’이라 말씀해주실 때였죠.”
그는 무엇을 했어도 빠져들었을 성격을 갖고 있었다. 꿈많은 고교시절, 화가가 꿈인 그에게 그림선생님의 민화는 곧바로 ‘숙명’이 돼버렸다. 민화의 특징은 선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그려내는 세필(細筆)에 있다. 그가 그린 ‘궁궐도(6폭병풍)’는 매일 5시간씩 꼬박 3년이 걸렸고, ‘호랑이 가족(180×70㎝)’은 두달간을 작업에 매달렸다.
도계민화박물관 작업실 앞에서 교육강사인 딸, 그리고 지인들과 함께.
2016년 1월 40년간의 민화생활 끝에 구성동(천안 동남구 정골1길 73-9)에 ‘도계민화박물관’을 마련했다. ‘도계(萄甄)’는 포도송이같이 후학양성에 풍성하라는 뜻을 가진 그의 또다른 ‘호’를 땄다. 충남도에 사설박물관은 30여개가 등록돼 있지만, 민화박물관은 이곳 ‘도계’가 유일하다.
문학관을 비롯해 전시실과 교육실로 구분된 도계민화박물관(관장 김경희) 규모는 대략 600㎡. 협소하지만 그림 20~30점이 전시될 수 있고, 작업실과 함께 체험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도계에 전시되거나 수장고에 들어앉은 민화작품은 대략 200점. 김 관장은 “전시된 것들 중 오래된 것은 4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작자미상이 많고, 오래 되다보니 보존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