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수 거부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선지급금’ 제도는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나 시장 격리곡을 쌀농가에서 매입할때 현장에서 미리 지급하는 돈이다. 2005년에 도입된 이 제도는, ‘연말정산’처럼 나중에 정산절차를 통해 추가지급하거나 환수해야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농민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덜’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산지쌀값의 93% 수준에서 책정됐지만, 쌀값폭락으로 오히려 농민들이 포대당 860원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농식품부는 전국적으로 돌려받아야 할 환급금 규모가 197억원(해당농가당 평균 8만5000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이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정부정책 실패로 야기된 쌀값폭락의 책임”이라며 우선지급금 환급거부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농식품부는 환급 거부시 앞으로 우선지급 시스템을 운용해나가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28일 우선환급금 고지서 발송 후 지난 3월15일까지 환불조치된 것은 환불대상인 22만명중 14.6%에 그쳤다. 천안시의 경우 대상농가는 1397명(1억6650만원)에 이르며, 3월22일 39%가 환불한 상태다. 시 농업정책과 지석남씨는 “정부지침처럼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면서 자연스럽게 환수금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농민회도 환수조치 반대시위를 계획했다 그만 두었다.
‘고품질화·농협역할’에 기대볼까
쌀이 넘쳐나고 있다. ‘밥’만 먹던 시대에서 다양한 먹거리가 생산되고 있으며 사람들의 식습관도 서구화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무역의 90% 이상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른 쌀수입개방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소비는 한정돼 있는데 국내 쌀생산량도 많고 수입쌀까지 들어오는 판국으로 ‘쌀값폭락’은 예정된 수순.
천안시 농업관계자는 “소비량 감축원인은 밥맛이 없고 대용식품이 많다는데 있는데, 다수확품종 때문에 밥맛이 없다는 이유가 되며 비료를 많이 주니 단백질 함량만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확실한 정책은 ‘고품질쌀을 통한 타개책’이다. 미질이 떨어지는 다수확품종의 쌀 재배를 억제하고, 대신 밥맛은 좋은데 생산량이 적은 품종을 재배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다양한 유도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수확품종 재배에 따른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아 농민들이 고품질쌀 재배로 전환이 더딘 상태에 있다.
한 관계자는 “고품종이라 함은 300평당 500㎏ 미만의 생산량이 나오는 것으로, 500㎏이 넘는 다수확품종과는 다르다”며 “농가입장에서 보면 품종에 상관없이 가격을 같게 받는 공공비축미 운영방식상 다수확품종을 택하게 돼있는 구조”라고 했다.
충남의 경우 올해까지는 공공비축미를 ‘새누리(다수확)’와 ‘삼강(고품질)’으로 받지만, 내년부터는 오직 ‘삼강’으로 단일품종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농업정책과 서충원씨는 “지난해는 새누리가 수매의 90%를 차지했다”며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다수확품종을 선호한다고 했다. 서씨는 “정부수매량은 전체물량의 10% 미만으로 미약하지만, 내년 공공수매를 고품질벼인 삼강으로 통일하면 자연스럽게 전체 벼농가들의 재배품종도 따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WTO에 따른 규제로, ‘농협’의 역할이 몹시 중요해졌다. 정부와 농민들간의 정책·지원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농협’을 대안으로 보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보다는 다른 농협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특히 천안을 비롯한 지자체는 관내 농협을 통해 일부 농업정책을 펴고있는 상황에서, 그는 “WTO 규제와 상관없는 농협의 새로운 운영방식이 ‘윈윈전략’으로 나타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