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길에서 봄을 맞이하는 설레는 각오를 다지며 짧은 사색의시간을 갖고자 했으나 무섭게 질주하는 고속열차의 창밖을 바라보고 있자니 불현듯 ‘압축’이라는 말이 봄의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나의 사고를 지배했다. 오늘 아침 나는 봄맞이를 한 것이 아님이 확실하다.
‘60일간의 선거일정’. 그것은 12월의 정상적인 대선일정을 감안하면 엄청난 ‘압축’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가 한국 헌정사의 한 획을 긋는 민주주의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예상한다. 한편으론 사견이지만 이번 선거가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의 장점과 단점이선명하게 표출되어 우리의 사회문화 전반을 점검해 보는 계기가 되고 이를 토대로 다운시프트 생활패턴이 우리 곁에 자리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방 이후 뒤쳐진 경제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빨리빨리’ 문화는 ‘근면 성실한 한국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나의 미덕으로만 받아들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압축성장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 고착화 되어버린 ‘빨리빨리’ 문화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았다.결과 중심의 성과만능주의로 인한 조급증의 만연화, 논문조작, 세월호 사건 등과 같이 한국적 풍토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일그러진 사회상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을 재빨리 해내야 인정받는것이 한국적 풍토라고 애써 자위해도 결과의 부작용은 너무도 컸다.
선거는 때와 순서가 그 어느 것보다 매우 중요시 된다. 유권자가 후보자를 평가하고 판단하는것과 선거 준비의 절차적인 과정은 결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자칫 이 모든것을 압축해서 ‘빨리빨리’만 하고자 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발전해온 속도만큼 빠르게 후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는 역사적인 시험대 위에 놓이게 되었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면‘빨리빨리’ 시스템을 ‘빨리빨리’ 최적화시켜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준비시스템을, 유권자는 검증과 선택의 시스템을 최적화해야 한다.비록 60일이나 유권자의 의식은 600일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국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당시의 사관(史官)이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기록해 놓은 후보자에 관한 사료(史料)를 찾아서 2017년 현재로 데리고 와야 한다. 그래서 이 짧은 60일이라는 시간동안 페이크(fake) 뉴스, 이미지 만능정치, 포퓰리즘 공약 등의 바이러스가 우리의 의식 속에 침투하여 올바른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60일간의 여정이 모든 이의 승리로 갈무리될 수 있다. 규정 속도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역사의 브레이크는 찾아가는 유권자의 주인의식 뿐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60일 뒤 수천개의 투표함이 담긴 압축파일을 풀어야 한다. 부디 선택의 오류가 없길 바란다. 그럴 것으로 확신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그것은 우리 한국민이 갖고 있는 ‘빨리빨리’의 문화가 오류가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고비록 많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지만 결코 그것이 극복이 대상이 아닌 다듬고 고쳐져서 이어나가야 할 민족적 유산임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빨리빨리 찾아가는 유권자의 주권의식’. 그것이 60일 동안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