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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천천히 가보렵니다”

조성오(72) 신임 천안동남구문화원장/ 천안의 역사·문화·전통 연구·보급 갈 길 멀어… 작지만 알찬 운영 다짐

등록일 2017년03월1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역사학자 김준기 천안동남구문화원장 자리를 10년 채우고 물러난 지난 2월23일, 임시총회를 거쳐 조성오 부원장이 원장자리에 올랐다.

“후보자등록일이 일주일간 있었는데 당일날 보니 내가 단일후보였지 뭡니까.” 선의의 경쟁을 해보겠다고 생각했던 조 원장은 잔뜩 들어간 어깨힘을 뺐다. 후보자가 없는 것이 섭섭한 건지, 다행인 건지 묘한 기분이었다.

조 신임원장의 장점은 ‘훨씬 젊다(?)’는 것일 게다. 전임원장과는 띠 차이가 난다. 김준기 전임원장은 두번을 했으니 법적으론 한번을 더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위수술도 했거니와 90을 바라보는 나이로 적잖이 부담도 있었나 보다. 열정이야 남부럽지 않지만, 매일같이 출근하고 일에 쌓여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듯. 무엇보다 김 원장이 그만 두게 된 것은 조 부원장 때문은 아닐까.

김준기 전 문화원장(왼쪽)과 함께

“김 원장님은 일 핑계로 허구헌 날 나를 불러내곤 했죠. 가끔 ‘나 이번만 하고 그만 할테니 당신이 해’ 하는 말도 했고요.”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로, 조 원장이 맡는다면 안심할 수 있겠다 싶었나 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무원 출신 조성옥 부원장이 4년간 동남구문화원을 맡게 됐다.

조 원장은 ‘해방둥이’로 태어났지만, 이후 평화를 갈망하던 마음과는 달리 한국전쟁 등으로 시대의 아픔을 경험했다. “제가 어릴 때 6·25가 벌어졌는데 조병옥 박사의 조카인 저나 가족들은 당장 죽음을 앞두게 됐어요. 그런데 그날 인천상륙작전이 감행되면서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죠.” 서울에서 사는 작은아버지가 도망쳐와 다락방에 숨어지낸 이야기, 미국 군인들에게 초코렛 등을 달라고 “헬로, 헬로, 초코렛또, 초코렛또” 하며 구걸하던 이야기 등등. 조 원장은 봇물 터진 듯 옛 이야기를 쉼없이 꺼내든다.

어렵게 성장한 조 원장은 그런대로 서울에서 공고를 나와 공무원이 됐고, 천안시청에서 2003년 정년퇴임까지 했다. 고향 병천에서 초짜 농사꾼으로 지내다 2004년 그를 잘 아는 사람이 아우내문화원장을 맡게 되면서 도와달라는 통에 ‘감사’를 맡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당시 감사를 맡다 이사로, 이사를 맡다 부원장이 되었어요. 토목을 전공한 제가 뭐 알겠어요. 그런데 문화원에 적을 둔지 십수년이 되니 어깨 넘어 배운 공부라도 좀 돼버렸지 뭐예요. 그래 어느 정도는 알게 됐고, 원장직에 도전하게 된 거에요.”

기존대로 해나갈 동남구문화원. 직원이라야 사무국장과 여직원 뿐이고, 예산이라야 쥐꼬리만해 그리 바쁠 일도, 큰 계획을 세울 일도 없다. “그래도 명색이 동남구문화원이잖습니까. 천안문화원이 없는 마당에 서북구문화원과 함께 천안문화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거예요. 천안시에서 이를 잘 생각해 두 개의 문화원이 활기차게 운영될 수 있도록 새로운 정비체계를 위해 힘써줘야 합니다.”

조 원장은 동남구문화원의 가장 큰 업무로 위인만화를 지속적으로 제작·배포해나가는 것과 신규사업으로 ‘천안의 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위인만화로는 ‘유관순 열사’를 선정했으며, 내년에는 ‘태조 왕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해야 할 일들이야 많죠. 단지 예산이 없고 인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 것이지, 인구 65만의 도시에서 전통과 문화, 역사를 다룰 게 없겠습니까. 어찌 보면 아직 천안은 이에 대해 걸음마 수준인 걸요.”

조 원장은 ‘바쁠 때 천천히 가라’는 말처럼, 조급해 하지 않고 차분히, 주어진 여건 속에서 성실히 걸어가자는 생각을 가져본다.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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