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30분이 지나 천안시 사적관리소로 향하는 길. 병천시내를 들어서자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3·1절을 하루 앞둔 2월의 마지막 날(28일). 주차담당요원은 이미 주변 주차할 공간이 꽉 찼음을 알리며 좀 더 먼 곳으로의 이동을 주문했다.
‘2017 아우내봉화제’는 3시에 시작됐다. 알림판에는 3·1운동이 벌어진지 벌써 98년이 지나고 있음을 알렸다. 최근 3년간은 천안에서 해마다 발생한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아우내봉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이곳 병천면 아우내장터는 1919년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가 만세를 불렀던 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장터가 돼버렸다. 천안에는 김시민 장군을 비롯해 조병옥, 이동녕 등 역사인물이 많지만, 애국충절의 고장으로 알려진 것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미지가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독립기념관도 천안에 건립됐다.
걸으며 ‘애국’을 품다
행사에는 구본영 시장을 비롯해 전종한 시의장, 아우내봉화제추진위원회 공동추진위원장인 이혜훈 유관순열사기념사업 회장과 박상규 문화재단대표이사, 유덕상 유족대표, 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등 각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인사들은 추모각 참배와 순국자 추모제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추모각에서 유관순 열사와 함께 만세운동을 벌이다 순국한 선열 19명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가 30분동안 엄수됐다.
일반참석자들은 광장에서 본격적인 봉화제 행사가 시작되는 저녁 7시까지 시간을 보냈다. 태극기 탁본뜨기, 독립만세운동 전체 체험행사(포승·감옥·고문 등),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유관순 영화상영 등 몇몇 부스의 체험행사를 즐기고, 저녁식사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순대국밥이 나왔다.
이후 기념식에서 구본영 시장은 “만세운동은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자는 굳센 의지며,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운 겨레의 뜨거운 함성”이었다며 “그 뜻을 이어받아 세계속의 한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녁 8시. 어둑한 밤이 되자 매봉산 봉화탑에서 점화한 횃불행진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너도나도 횃불을 들고 사적관리소 정문에서 출발해 열사의거리, 병천석재, 문화원 앞을 거쳐 기념공원까지 1.4㎞를 걸었다.
퍼포먼스도 있었다. 대형태극기를 앞세운 참석자들은 뜨거운 함성과 함께 11번의 만세를 불렀으며, 행진 도중 시위대와 일본헌병대와의 충돌상황을 재연해 당시 긴박했던 장면을 연출했다.
행사의 실무를 맡은 임전배 행사기획팀장은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행사를 온전히 치룰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부담이 있었음을 전하며 “아이들은 행사에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각별할 것이며, 우리가 어떤 가치로 나라와 주권에 대한 자세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되새기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1919년 4월1일(음력 3월1일) 유관순 열사와 김구응 선생 등이 주도한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은 3000여 명의 군중이 독립만세를 부른 사건으로 일제경찰이 총검으로 제지하며 19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유관순 열사를 포함한 많은 참가자가 부상당하거나 투옥을 당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