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서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이 버스 전국순회에 나섰다.
대선을 앞두고 그간 수비적인 위치에서 당명 개정과 함께 공격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분당의 진통을 겪었지만 46명의 초선의원중 44명이 남았다. 이는 자유한국당 94명에서 절반에 가까우며, 그만큼 분당에 따른 세력약화는 크지 않았다.
버스투어는 14일(화) 경기 수원과 충남 천안을 시작으로 오는 17일 부산, 19일 대구, 27일 강원을 방문한다는 계획이다. 당헌·당규 개정으로 새출발을 알린 자유한국당은 이제부터 ‘책임있는 정치를 실현한다’는 명분으로 소속의원들에게 반납받은 국회의원 배지도 돌려줬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관 출정식에서 “국민 앞에 반성하는 자세와, 뼈아픈 쇄신노력을 알리고 민의를 귀담아 듣겠다”고 밝혔다.
“적통 보수가 중심을 잡아야…”
14일(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한 자유한국당(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당원간담회가 있었다.
천안 원성동에 소재한 충남도당에 100명 안팎의 당원들이 모여들었다. 주제는 ‘당은 어떻게 혁신해야 하나’ 였지만 단순한 주요인물들의 발언장이자 다른 정당의 성토장이었다.
수원 행사일정으로 조금 늦게 나타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평생 정치 해본적도 없고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지만 나라가 걱정돼 나서게 됐다”며 “정권 70년중 60년을 집권한 보수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했다. 그는 보수가 이룩한 나라요, 보수가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라며 “보수가 무너졌다는 건 새의 오른쪽 날개가 꺾인 것과 같다”고 예를 들며 균형을 강조했다.
적통 보수를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인 비대위원장은 “위원장을 맡은 40일간 뼈를 깎는 인적쇄신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야당은 ‘쇼’라 (폄하)한다”며 “그네들은 반성하나 안하고, 책임지는 자세도 없으며, (우리가 쇼라면)우리처럼 쇼라도 해봤냐”고 비판했다.
그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후 10%에서 꿈쩍않던 당 지지율이 최근 20%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의 쇄신과 반성을 진정 알아주시고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이 다시 희망을 갖기까지는 무엇보다 당원들이 믿음을 갖고 굳게 믿고 지켜줬기 때문”이라며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인 비대위원장은 “보수의 힘으로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경제도 살리고 평화통일도 이루고, 그래서 젊은이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을 주는 보수가 되자”고 강조한 후 대선 전에 꼭 개헌할 것과 곧 대선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다음선거에서 승리하는 지도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명씩 인사에 나섰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인명진 위원장을 밖에서는 좌파라 하는데 예전 노동활동 등 좌클릭하며 ‘별(감옥)’을 4개나 달은 적이 있다”며 “하지만 비대위원장 수락연설때 우리나라에 정통성을 지키는 보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말씀과 이후의 행동거지를 보면 누가 좌파라 하겠는가”며 “우리의 새로운 횃불로고처럼 열정과 새로운 변화로 보수정권 재창출에 당원들이 많이 도와주실 것을 믿는다”고 당부했다.
대권도전에 나선 3인방도 한마디씩 했다.
이인제 의원은 “북핵으로 일촉즉발의 상태에 있다. 미국이 때리면(선제타격하면) 불똥이 어디로 튀냐”며 “그런데도 야당은 북한이 우리의 미래라거나 사회주의를 찬양하거나, 탄핵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는 등 북한이 좋아하는 말만 한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우리가 혁신을 통해 진정한 보수로 거듭나자”고 했다.
또한 인천시장을 지냈던 안상수 의원은 “충절의 고장, 천안에서 자유한국당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데 중심이 돼주시고, 이를 통해 전화위복되는 진정 보수정당이 되자”고 했고, 원유철 의원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력이 바로 자유한국당”이라며 “우리가 정신 바짝 차려서 또하나의 기적을 일구자”고 전했다.
한편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전 친박도 아니고, 박 대통령에게 도움받은 사람도 아니다”는 말을 한 후 “이번 탄핵문제를 공부해봤는데 아무리 봐도 탄핵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난 정의롭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줘도 안따라가는데, 박 대통령은 너무 억울할 것 같아 나섰다”며 거듭 “공부해봤지만 양심에 의거해 탄핵될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찬우 도당위원장 “헌재 결정에 깨끗이 승복하자”
이에 앞서 중앙당 간부들이 행사장에 늦어진다는 연락을 접한 박찬우 충남도당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잘못을 저지른 새누리당은 이번에 정당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그저 친목단체일 뿐이며, 패배주의에 젖는 것”이라며 “아무리 어렵더라도 반듯한 후보를 내서 국민심판을 받는 게 바른 자세”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버지가 잘못을 저지른 아들을 꾸중하니, 아들은 나가 죽겠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냐며, 그걸 바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박 의원은 요즘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저는 당내 계파에 참여하지 않았다. 친박도, 비박도 안갔으며 분당은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했다. “그런 노력으로 초선 46명중 44명이 자리를 지켰고, 지금은 초선의원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는 박 의원은 1~2주 간격으로 만나 여론도 듣고 정책적 대안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초선의원의 당당한 기개도 보였다. “현재 자유한국당 94명중 44명이 초선으로 당내 최대세력이다. 초선이면 어떻고 3선이면 어떻냐. 똑같은 유권자 표를 받고 대변인 자격으로 나왔으니 소신껏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다는 소식도 전하며, 이번 헌재결정에 4당 모두가 깨끗이 승복하지 못하면 향후 정치나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