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ㄱ씨는 어느날 세면장의 물빠짐이 좋지 않자 부품교체를 시도했다. 교체과정에서 녹이 많이 끼어 조여놓은 부품이 빠지질 않았다. 가정에 있는 기본적인 공구로 1시간을 넘게 노력했지만 손과 어깨, 목까지 뻐근할 뿐 진척이 없었다. 할 수 없이 포기하고, 며칠 후 관련 공구(스페너)를 1만2000원에 샀다. 집에 와서 스페너를 이용하니 단 20초도 안돼 스르르 풀렸다. 이제는 쉽게 설치작업이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또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기존 것과 사온 제품이 달라 쇠톱으로 5㎝쯤 잘라내야 했다. 혹시나 해서 쇠톱을 찾았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또다시 쇠톱을 사러 대형마트나 다이소 등을 돌아다녔지만 허탕만 치고 말았다. 주말을 기다려 철물점을 찾은 끝에 쇠톱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 노력으로 겨우 설치를 끝내놓고 보니 가까운 곳에서 공구를 빌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손쉽고 돈도 아낄 수 있었을까 아쉬움이 컸다.
일봉동(동장 이광모)은 주민 편의를 위해 생활공구를 빌려주는 ‘공구함 공유서비스’를 1월13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ㄱ씨 같은 사람들을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비록 필요한 가정에서 동 주민센터까지 들려야 하지만, ㄱ씨가 고생한 수고에 비하면 훨씬 편리한 방법이기도 하다.
공구함에는 가정용 공구세트와 전동드릴, 전동드라이버 등 20여 종의 공구가 준비돼 있으며 천안시 주민이면 누구나 3일간 무료로 공구를 빌릴 수 있다. 공구대여를 원하는 시민은 신분증을 지참해 일봉동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이광모 동장은 “주민 일상생활에서 일회성으로 필요한 생활공구를 대여함으로써 가계경제 부담을 줄이고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공구대여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며, “참여가 높고 호응이 좋을 경우 보유 공구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수 기자>